강달러ㆍ난방수요도 유가 뒷받침
골드만삭스 “브렌트유, 배럴당 90달러까지 급등”
정유 및 항공업계 “수요 위축 장기화·수익성 악화 우려”
국제유가가 5개월 만에 최고가를 찍었다. 미국이 지난주 러시아 원유에 대해 광범위한 제재를 발표하자 가파르게 상승했다.
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2.9% 급등한 배럴당 78.82달러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8월 12일 이후 5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이다. 영국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는 1.6% 오른 배럴당 81.01달러로 지난해 8월 26일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급등세는 10일 미국 정부의 제재 발표가 도화선이었다. 미국 재무부는 러시아 석유기업은 물론 개인과 단체 등 200곳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러시아 원유를 몰래 수송해온 유조선 180여 척도 찾아내 제재 대상에 포함했다. RBC캐피털마켓은 보고서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의 마지막 제재가 원유 공급 위험을 증가시켰다”면서 “1분기 전망에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제재로 중국과 인도의 타격이 가장 클 것으로 관측된다. 우크라이나 전쟁 개전 이후 중국과 인도는 판로가 막힌 러시아 원유를 값싸게 수입했다. 이제 이들이 다른 공급처를 찾아 나서면서 추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는 “중국의 주요 해운사와 정유사들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거나 새로운 공급처를 찾기 시작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북반구의 난방수요 증가도 유가 상승세를 부추겼다.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주요 분석기관은 추가 상승을 점쳤다. 미국에서 시작한 글로벌 관세전쟁이 본격화하는 한편 인플레이션과 강달러 기조가 맞물릴 경우 유가가 가파르게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보고서를 통해 “지난해 브렌트유는 배럴당 70~85달러 범위에서 거래됐다”라며 “러시아 제재와 이란의 생산 감소가 맞물리면 배럴당 9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심지어 이 보고서는 미국의 제재 발표보다 하루 먼저 나왔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제재가 반영되면 가격이 더 뛸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산업계 역시 촉각을 세우고 있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수요 회복 없이 국제유가만 상승할 경우, 수요 위축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운영비용 20~30%를 유류비가 차지하는 항공업계도 비상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은 항공사의 수익성에 직결된다”라며 “유가 상승이 유류 할증료 인상과 항공권 가격 인상으로 이어지는 게 수순”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