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4일 단거리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쏴 동해상으로 250여㎞를 날려 보냈다. 미국의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둔 민감한 시기에 다시 무력 도발에 나선 것이다. 지난 6일 중거리급 극초음속 고체연료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다고 주장한 지 8일 만이다.
국가안보 차원에서 가장 급한 것은 정확한 평가와 대응 태세 총점검이다. 북의 오판을 예방할 최선의 방책은 압도적 전력 확보와 한미 동맹, 한미일 삼각 협력이란 점도 거듭 명심할 필요가 있다. 북은 최근 근거리탄도미사일(CRBM) 발사대 250여 대를 휴전선 인근에 배치했다. CRBM은 30㎞ 이하 저고도로 비행해 탐지가 까다롭다. 동해로 날아간 미사일도 유사한 유형으로 추정된다. 사거리로 보면 비무장지대(DMZ)에서 100여㎞ 떨어진 서울과 수도권은 물론 충청권까지 타격할 수 있다는 위력 과시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8일 전 시험 발사됐다는 극초음속 미사일은 눈 깜짝할 새에 서울까지 날아온다. 무심히 넘길 연쇄 도발이 아니다.
군사력 평가기관 글로벌파이어파워(GFP)의 ‘2025 군사력 순위’에 따르면 북의 재래식 군사력은 조사 대상 145개국 중 34위다. GFP는 북의 탱크, 자주포, 다연장 로켓 발사체계 등을 높이 샀다. 대한민국 전력은 훨씬 강력하다. GFP 순위로 5위다. 우리 앞에는 세계 최강인 미국과 러시아 중국 인도가 있을 뿐이다. 하지만 GFP는 북핵 변수를 반영하지 않았다. 동북아 지정학도 도외시했다. 평가 순위만 믿다가는 큰일이 날 수 있다.
이번 도발의 노림수를 명확히 읽는 것도 중차대한 과제다. 북은 도널드 트럼프 차기 대통령과의 독대를 원하고 있다. 트럼프 1기 당시 미·북 협상에서 “적대적 대북 정책만 확인했다”고 했지만, 속내는 다르다. 왜 미사일 도발에 열을 올리고 영변 핵 시설을 재단장하겠나. 미·북 직거래를 염두에 두고 몸값을 올리는 것이다.
트럼프는 동맹을 거래관계로 본다. 북의 술수가 먹힐 가능성이 없지 않다. 트럼프는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김정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거명했다. 한국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고, 현재도 없다. ‘코리아 패싱’이 눈앞에 있는지도 모른다.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 중 하나는 미·북이 추가 핵무기 생산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확대 중단과 각종 대북 제재 해제를 맞교환할 가능성이다. ‘북 비핵화’라는 국가적 목표가 과연 어찌 되겠나. 국가적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긴박한 국면에 정치권은 극단의 정쟁만 일삼는다. 정권 획득·유지가 정치 결사체의 주요 목적인 만큼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안보 방벽이 무너질 판국인데도 진흙탕 싸움이니 여간 답답하지 않다. 트럼프 2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내정된 마이크 왈츠 공화당 하원의원은 얼마 전 민주당 행정부의 국가안보보좌관인 제이크 설리번을 만난 자리에서 국가안보에 관한 한 “우린 한 통속(hand in glove)”이라고 했다. ‘원 팀’이란 표현도 썼다. 우리 또한 외교·안보엔 초당적으로 임해야 한다. 북의 도발 앞에서 여야 입장은 뭔지 묻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