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데믹(풍토병·endemic)은 질병이 특정 지역에 꾸준히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말라리아, 뎅기열이 대표적입니다. 그럼 ‘온 데믹’은? 이 말은 온 국민이 몸이 아프건, 마음이 아프건, 경제적으로 힘들건, 편안한 사람이 없는 상태를 뜻하며, 제가 만든 용어입니다.
지난 가을부터 아이들에게 고열, 기침, 두통, 복통, 구토를 증상으로 하는 열감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열감기는 보통 4~5일이면 좋아지는데 일주일 이상 열이 잘 안 떨어질 정도로 심합니다. 한데 이 열감기가 사라지기도 전에 연말부터 아이들뿐만 아니라 전 연령에서 독감이 많이 가 아니라 거의 폭증하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의사야 자기 병원에 환자가 많이 오면 수입이 늘어나니 좋은 거 아니겠어요? 하지만 35년간 개인의원을 하면서 그런 생각이 조금도 안 드는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경제도 안 좋고, 아이들이건 어른들이건 너무 아파하고, 의대증원 사태로 난국에 빠져버린 의료 문제로 저도 아프긴 마찬가지고, 여기에 더해 제주항공 참사까지, 안 아픈 사람이 없을 정도로 모두들 아프니까 진료를 하면서 안타까운 심정이 들뿐입니다. 그럼 이런 국민들을 누가 보듬고 치료를 해야 할까요? 바로 나라입니다. 그런데 나라는 지금 치료는커녕 국민들을 더 아프게 하는 원인 제공자이니 대체 어디에 누구에게 기댄단 말일까요? 정말 온 데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유인철 안산유소아청소년과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