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5개월 만에 최대치
러시아 공급 차질 우려 등 탓
서울에 사는 직장인 A씨는 연휴가 긴 이번 설에 부모님을 모시고 해남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순조로웠던 여행 계획과 달리 경비가 예상을 훨씬 초과해 부담이 커졌다. 숙소 예약과 예상 식비 등에서 이미 고물가 직격탄을 받았는데, 장거리 여행인 탓에 치솟는 기름값은 설상가상이다.
A씨는 “연휴가 길어 집에만 있을 수도 없는데, 기름값도 너무 올라 놀러 나가는 것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휘발유 가격이 연일 치솟고 있다. 고환율 기조에 국제유가 상승까지 겹치면서 국내 휘발유 가격이 다섯 달 만에 리터(L)당 1700원을 넘어섰다. 최장 9일에 달하는 설 황금연휴가 주어졌지만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욱 가중되는 상황이다.
1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 당 1720.74원으로 집계됐다. 13일을 기점으로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1700원을 넘어섰는데, 이는 지난해 8월 10일(1700.2원) 이후 다섯 달 만이다.
지역별로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로 1789.66원이다. 서울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지난해 11월 11일(1703.4원) 1700원대를 돌파한 데 이어 1800원대를 넘보고 있다.
전국 경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 당 1576.74원으로 지난달 19일 1500원대를 넘어선 뒤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경유 평균 판매가격 역시 서울이 가장 높다. 리터 당 1685.22원으로 전국에서 유일하게 1600원대를 넘겼다.
이번 주 국제유가는 미국의 대(對)중국 제재와 이란, 러시아 공급 차질 우려 등으로 상승했다. 강달러와 국제유가 상승 영향으로 주유소 기름값이 14주째 오른 가운데 국내 기름값도 덩달아 고공 행진하는 추세다.
미국 중부·동부 한파 장기화로 난방용으로 소비되는 천연가스와 난방유 가격이 일주일 새 4~5% 올랐다. JP모건은 난방용 수요로 인해 이달 세계 석유 소비가 전년 대비 140만b/d(하루당 배럴)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18일(현지시간) 기준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77.26달러로 나타났다. WTI 종가는 15일 배럴당 79달러로 최고를 기록했다가 소폭 감소한 것이다. 지난해 8월 12일(배럴당 82.3달러)를 기록한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브렌트유 선물 종가는 배럴당 80.79달러를 기록했다. 브렌트유도 지난해 10월 7일 배럴당 80.9달러를 기록한 뒤 이달 15일(82.03달러)로 최고점을 기록했었다.
국제유가 변동이 통상 2~3주가량 차이를 두고 국내 주유소 가격에 반영되는 만큼, 당분간 기름값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오르는 데다 환율 상승으로 달러당 원화 가치가 떨어져 국내 제품 가격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향후 2주간 기름값이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