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당신이 산 덕다운 패딩, 진짜 오리털 맞나요?

입력 2025-01-17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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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현호 생활경제부 기자
▲문현호 생활경제부 기자

앞으로 덕다운 또는 구스다운 패딩을 구매할 때면 항상 충전재가 진짜 오리털인지 거위털인지 의심부터 해봐야겠다. 지금 있는 덕다운 패딩조차 가짜 오리털은 아닌지 왠지 모르게 꺼림칙해진다.

얼마 전 일부 패션 브랜드가 만든 패딩 속 충전재 정보를 엉터리로 기재한 ‘가짜 혼용률 패딩’이 적발된 탓이다. 얼마 전 중국에서 논란인 된 ‘셔틀콕 깃털로 채운 패딩’처럼 우리나라에서도 품질 논란이 터져 소비자의 공분을 사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한 소비자가 패션 브랜드 ‘라퍼지스토어’에서 만든 패딩의 충전재 혼용률 조사를 전문기관에 의뢰하면서 세상에 드러났다. 검사 결과 패딩의 충전재 솜털은 3%에 불과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다운 표기를 하려면 제품의 솜털 비율이 75% 이상이어야 하는데 기준치에 한참 모자랐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제품은 판매하는 무신사도 입점 브랜드 패딩 제품을 대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 몇몇 업체들의 혼용률 문제가 추가로 확인돼 라퍼지스토어는 퇴출, 다른 업체도 패딩 충전재 품질 문제로 환불과 함께 페널티를 받았다.

문제는 일부 중소 패션 브랜드에 한정된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기업 이랜드월드가 전개하는 후아유가 만든 구스다운도 거위털 함량이 기준치 미달한 사실이 적발돼 더욱 충격을 줬다. 조동주 이랜드월드 대표가 사과하며 결국 고개를 숙였다. 통상 제조는 위탁 방식으로 제조하는 경우가 많아 이들 업체는 실제로 옷을 만드는 생산업체에 책임을 떠넘겼다.

업계에선 위탁 생산업체가 품질 논란을 빚을 시 당장 계약이 끊길 수 있는 만큼 일부러 그랬을 리 없다는 반응과 일부 생산업체가 수익성을 위해 다른 털을 섞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체가 어디든 실수라기보다는 생산 원가를 줄이려고 의도적으로 혼용률을 눈속임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합리적으로 의심해볼 만한 이유도 있다. 최근 중국에서 오리·거위털 생산량이 줄어들며 가격이 폭등했기 때문이다.

가짜 혼용률 패딩 사태를 접하면서 성장하는 K패션 시장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 한파로 인해 업계의 고심이 안 그래도 깊은데, 품질 논란으로 신뢰마저 잃게 되면 침체한 분위기는 쉽게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 의류 품질 관련 논란은 이번만이 아니다. 앞서 2023년 무신사·W컨셉·29CM 등에서 판매한 ‘247 SEOUL’의 캐시미어 머플러의 혼용률도 거짓으로 드러나 파장이 컸다.

한 브랜드가 여러 유통 채널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게 되니, 이런 문제를 특정 패션플랫폼만의 과실로 치부하기는 어렵다. 물론 유통 책임이 있는 각 플랫폼이 자체 검수 시스템 등 재발 방지 대책을 강화해야겠지만, 수많은 브랜드와 제품을 상시 전수 검사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제조사와 브랜드업체가 당장 눈앞의 이익 때문에 스스로 양심을 팔지 않고 고품질의 옷을 만들겠다는 정직함이 선결 조건이다. 한 번 생긴 불신은 좀처럼 회복하기 어렵다는 명제를 절대 잊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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