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업체들은 전기차 판매 반 토막 나며 부진
한국 시장 영향력에 대해선 의견 엇갈려
韓 업체 가격 경쟁력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도
몇 년 전만 해도 글로벌 시장에서 전혀 존재감이 없던 중국산 자동차의 위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특히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전기차 분야는 세계에서 제일 높은 자리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한국의 진입장벽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자동차는 승객의 안전과 직결되는데 중국산 차의 기술력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아서다. 하지만 세계 1위라는 브랜드력을 가진 BYD는 가격 경쟁력과 개선된 기술력을 앞세워 본격적인 한국 시장 공략에 들어갔다. 2년 전 먼저 진출한 일본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차 브랜드들의 한국 진출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한다.
16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2023년 일본에서 첫선을 보인 BYD는 지난해 2223대의 전기차를 팔았다. 판매량 기준 전체 4위에 해당하는 규모로 도요타(2038대)도 제쳤다. 일본에 상륙한 지 1년 만에 판매량이 54% 급증했다. 같은 기간 도요타의 판매량은 30% 쪼그라들면서 두 업체의 순위가 역전됐다.
물론, 일본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2%를 밑돈다. 하지만 BYD가 성과가 눈에 띄는 것은 홀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해 일본의 전체 전기차 판매 대수는 전년 같은 기간 보다 33% 줄어든 5만9736대에 그쳤다. 닛산(-44%), 미쓰비시(-64%), 도요타(-30%) 등 일본 업체들의 판매가 저조했다.
일본 자동차 시장은 자국 브랜드의 점유율이 높고, 중국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 한국과 시장 환경이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BYD의 일본 진출 당시에도 영향력이 미미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진출 2년 만에 도요타를 제치는 깜짝 성과를 냈다.
BYD의 국내 진출 영향에 관한 관심도 높아지는 배경이다. BYD의 국내 성공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높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수 있다는 분석과 지속되는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정적 인식으로 시장 안착이 힘들 것이란 의견이 공존한다.
자동차산업 전문 컨설팅업체 아인스(AINs)의 이항구 연구위원(전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BYD가 아토 3를 3150만 원에 출시했는데 전기차 보조금을 받으면 사실상 2000만 원대로 떨어지는 것”이라며 “국내 업체에서는 이 가격대에 경쟁할 수 있는 차종이 없기 때문에 분명히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전기차 시장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BYD가 진출하더라도 전체 자동차 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얘기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과 교수는 “지난해 국내 전기차 판매가 14만 대로 전체 자동차 판매의 8.5% 정도를 차지하는 수준”이라며 “전기차 시장 자체가 크지 않은 데다 국내 소비자들에게 중국 제품에 대한 인식 자체가 좋지 않다 보니까 큰 영향력을 발휘하긴 힘들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내 자동차 업체들을 위협하는 수준보다는 수입차 시장 일부를 대체할 것이란 견해도 있다. 문 교수는 “현대차·기아를 위협하기는 힘들고 수입차 업체 하나가 더 들어오는 정도의 영향일 것”이라면서 “수입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일부 가져가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짚었다.
현대차·기아를 비롯한 국내 업체들이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진출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업체들의 전기차 모델과 가격을 BYD와 비교해보면 점유율을 일부 내어줄 수 있다”며 “대응하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밖에 없기 때문에 출혈 경쟁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