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전부터 2개의 전쟁 종전 압박
파나마운하·그린란드·캐나다 등 영토 야욕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기 집권 당시인 2020년 8월 10일 사우스다코타주에 있는 러시모어산에서 찍은 사진을 엑스(X·당시 트위터)에 게재했다. 러시모어산에는 역대 미국 대통령 중 칭송받는 네 명의 얼굴이 새겨져 있는데, 트럼프 당선인은 마치 본인이 다섯 번째라는 듯 자신의 얼굴과 겹쳐 보이는 사진을 올렸다.
해당 사진은 한 달 전인 7월 3일 그곳에서 연설하던 중 찍힌 것이었다. 당시 연설 주제는 자유를 위해 싸운 위인들의 노력을 지키고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겠다는 거였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이 사우스다코타 주지사에게 러시모어산에 대통령 얼굴을 새기는 것과 관련해 연락했다’는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가짜뉴스’라며 반발했다. 그러면서도 “3년 반 동안 이룬 많은 것을 보면 내게 좋은 생각처럼 들린다”며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랬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제 다시 집권하게 됐다. 취임 전부터 두 개의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언과 그린란드, 파나마운하, 심지어 캐나다까지 노리는 영토 야욕에는 조지 워싱턴과 에이브러햄 링컨 등 역대 가장 위대한 대통령 반열에 본인도 오르겠다는 야망이 담겨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 임기 내내 외교와 관련해 어려움을 유발했던 두 개의 전쟁은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소식이 전해진 후 종전 급물살을 타고 있다. 자국군이 모든 영토를 수복해야만 전쟁을 끝낼 수 있다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자신의 계획에 한계가 있음을 시인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영국 스카이뉴스와 인터뷰에서 “우리가 통제하고 있는 영토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보호 아래 둬야 한다”며 “그러고 나면 외교적 방법으로 (러시아가 점령한) 영토를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벌이는 가자지구 전쟁도 마찬가지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중동 특사가 이스라엘에 파견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만나 휴전 협상을 서둘러 합의하라고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15일 휴전에 합의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통령선거 유세에서 줄곧 “내가 대통령이었으면 전쟁은 벌어지지 않았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동시에 “취임 직후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도 장담했다. 이러한 강경한 태도가 조금씩 효과를 내고 있다.
영토 야욕도 엄청나다. 파나마운하 통제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시작한 트럼프의 발언은 점차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앞에서 미국 51번째 주 편입을 언급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캐나다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를 예고하면서 생존을 위해 미국에 편입하는 것이 좋다는 주장을 펼쳤다.
트뤼도 총리가 사의를 표명한 날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소셜에 “많은 캐나다 사람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며 자신의 말이 농담이 아님을 강조했다.
북극 그린란드도 노리고 있다. 그린란드는 덴마크령이지만, 총리도 따로 뽑는 등 자치권이 있는 곳이다. 문제는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안보를 이유로 소유권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군 병력 상당수가 그린란드에 주둔해 안보를 책임지고 있고 최근 부쩍 미·중·러가 북극 통제권을 경쟁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유가 됐다. 이후 그린란드가 독립을 요구하고 당황한 덴마크가 미국과 접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일 역시 트럼프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국제사회는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영토 야욕은 취임 후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는 이달 초 기자회견에서 ‘그린란드와 파나마운하에 군사·경제적 강압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둘 중 어느 것에 대해서도 확신할 수 없다”고 답했다. 캐나다에 대해선 “양국 간 국경은 인위적으로 그어진 선”이라며 “좋은 이웃이지만, 영원히 그럴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