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명령 1호’ 불법이민자 추방 조치 유력
과격한 공약에 “취임 첫날만 독재자” 언급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일(현지시간) 취임 첫날 미 역사상 가장 많은 수의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으로 전망된다.
AP통신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트럼프는 2017년 1월 20일 1기 취임식 직후 백악관에 도착하자마자 오바마케어(건강보험개혁법) 폐지 관련 사전 정지 작업을 하는 내용의 행정명령 1개(임기 전체 220개)에 서명했다.
조 바이든 현 대통령은 2021년 취임 당일 행정명령 17개(임기 전체 140여 개)에 서명, 당시 역대 미 대통령 가운데 첫날 가장 많은 행정명령을 한 것으로 꼽혔으나 트럼프가 이번에 100개 이상을 하며, 그 기록을 가뿐히 뛰어넘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외신은 트럼프가 취임 첫날 하고 싶다고 이미 제시한 공약만도 총 41개로 추산했다. 이 중 2021년 1·6 의회의사당 난입 사건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 추종자들에 대한 대거 사면은 대통령의 서명 하나로 바로 실행 가능하다. 또 파리기후협정 탈퇴 공약은 트럼프 1기 때 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직권으로 탈퇴하는 데 법적 제약은 없다.
그러나 나머지 대다수 공약은 논란이 첨예하고, 현행법에 위배되는 측면이 크다. 트럼프도 이를 인지했는지 2기 행정부 출범의 첫날만은 ‘독재자’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기까지 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첫발을 상징할 1호 행정명령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추방 프로그램’ 공약에 관한 것으로 관측된다. WSJ는 인수위원회가 21일 시카고에서 대규모 불법 이민 단속을 계획하고 있으며, 특히 범죄 경력이 있는 사람들을 표적으로 삼을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민자의 나라’인 미국에서 이러한 강경한 반이민 정책은 미국의 역사와 핵심 가치를 훼손한다는 정치·사회적 논란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1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기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요되는 것은 물론 이민 관리 행정 인력이 충분치 않다는 물리적인 한계도 있다.
트럼프는 부모의 국적과 무관하게 미국 땅에서 태어난 아기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제도도 취임 첫날 끝내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출생지 시민권’은 수정헌법 14조가 보장하는 만큼 실행을 위해서는 개헌까지 해야 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제도에 인종적 편견이 내재됐다고 보는 이른바 ‘비판적 인종 이론’을 가르치는 학교에 대한 정부 지원금 삭감 조치도 취임 첫날 이뤄질 것이라고 장담했다. 하지만 교육부가 발표하고 공식화한 규칙이기 때문에 법 절차상 행정명령으로 이러한 지원 정책이 폐지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밖에도 트럼프는 바이든의 연안 석유 시추 금지 행정명령 취소, 전기자동차·풍력 발전 보조금 중단, 트랜스젠더 군인 강제 전역 ·복무 금지 등의 첫날 시행도 공약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2기 4년의 분위기는 첫날 결정될 것”이라며 “트럼프와 그의 인수팀은 다수의 행정명령이라는 무기를 갖추고 야심 찬 두 번째 임기를 위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초기에 충격과 공포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고 평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는 “강력한 인물이라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는 한계가 있음을 알게 될 것”이라며 “트럼프는 첫날부터 자신의 행동에 대한 법적·정치적 결과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