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서 ‘위험’은 그의 보편관세 추진과 안보문제까지 포함하는 거래중심적 사고가 우리에게 새로운 위협요인이 되며, ‘기회’는 고강도의 전방위적 대중국 견제로 우리 제품이 미국 및 세계시장에서 중국제품에 대해 상대적 우위를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이와 함께 그의 원칙보다는 감정적이며, 상대방과의 관계에 의해 결정되는 ‘트럼프 예외’에 따른 불확실성이다.
문제는 이런 예외를 활용할 수 있는 우리 능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데 있다.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여야 간 험악한 공방이 세대 간, 남녀 간 갈등에 이념적 색채까지 더해지면서 총리의 탄핵으로 경제부총리까지 내려온 권한대행 체제로서는 현 상황에서 더욱 절실한 정부의 역할을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한마디로 국가 리더십의 위기상황이다. 지난해 한국경제는 소비, 투자의 침체 속에서도 수출이 역대 최고수준을 달성하면서 간신히 성장률 2%를 달성하였다(유엔 경제사회국(DESA) 자료). 올해 성장률 또한 탄핵정국으로 인한 정치불안과 제주항공 사고 등 경기악화 요인을 반영하여 기존 전망치인 1.8%보다 낮은 1.7%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바클레이즈). 이는 지난해 11월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1.9%는 물론 정부의 지난 2일 전망치인 1.8%에도 못 미치는 수치이다.
이런 상황 해결을 위한 방향은 간단하다. 리더십 복원과 불확실성의 극복이다. 대공황기 대통령에 당선돼 자유주의 전통의 미국 사회에 정부의 적극 개입으로 공황과 맞대결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사례는 우리 경제에 시사하는 바 크다. 한국은 국내적으로 노동, 연금, 교육, 고령화 등 개혁과제를 안고 있고, 대외적으로 수출대기업 중심의 한계를 겪고 있다. 최근 발간된 역사학자 모식 템킨의 ‘다시, 리더란 무엇인가?’는 역사적인 상황에서 리더란 투사(warriors), 반란자(rebels) 및 성자(saints)가 되어야 함을 보여주며 루스벨트의 리더십을 재조명하고 있다. 루스벨트는 라디오를 통한 노변정담으로 국민을 설득하고, 자유주의 전통으로 정부개입을 꺼리던 당시 야당 공화당의 반대를 무릅쓰고 노동개혁, 사회적 약자의 지원과 테네시유역개발공사를 통한 일자리 창출로 위기 극복을 시도했다.
리더십 복원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현 시점에서 상실된 리더십의 복원 방안은 무엇인가? 어렵지만 권한대행이 소신을 가지고 정부기능을 수행하는 수밖에 없다. 성숙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대행일지라도 제 역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트럼프 불확실성의 극복방안이다. 트럼프의 정책방향은 미국 제조업의 부활과 중국에 대한 전방위적 견제, 그리고 미국이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화석연료 산업에 대한 규제 완화로 집약된다. 이를 위해 파리기후협약 재탈퇴와 수입품에 대한 보편관세 부과 및 중국에 대해 60%에 달하는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불확실성은 기존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해 보조금을 약속받고 미국에 투자를 결심한 우리 기업들에 과연 바이든정부의 약속대로 보조금을 지급할 것이냐에 대한 것과 동북아안보를 위한 캠프데이비드합의, 즉 한·미·일 간 긴밀한 안보협의체를 계속 유지해나갈 것이냐 하는 문제에 있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고 아베 총리와의 친밀한 관계로 ‘일본 예외’를 받아낸 사례는 불확실성 극복을 위해 트럼프 개인과의 관계 형성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지금부터라도 각 부처 장관 및 담당자들은 트럼프 정부 핵심요인들과의 관계 형성 및 긴밀한 소통체제 구축을 위해 발로 뛰어야 한다. 대미투자 기업들 또한 자신들의 투자가 미국 내 일자리 창출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하는지 자료를 만들어 적극 홍보하고 트럼프 정부 핵심관계자들을 상대로 설득에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