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대교는 사고가 나기 수년 전부터 각종 안전진단 검사에서 이용 부적격 판정을 받았지만 폐쇄하지 않았다. 당시 출퇴근길, 등하굣길로 성수대교를 가로지르는 챠량의 수만 하루에 대략 16만 대였다. 참사가 발생한 당일 이른 아침에도 교량의 균열을 이음새로 이어붙였을 뿐, 차량 진입을 통제하지 않았다. 삼풍백화점 역시 마찬가지다. 이미 붕괴되기 수년 전부터 삼풍백화점은 영업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위험한 불법 증축을 했다. 건물 무너지기 수시간 전, 이미 꼭대기 층에서부터 붕괴 조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직원들과 고객들을 대피시키기는커녕, 버젓이 영업을 했다. 그런 시대였다. 고도성장의 열차를 잠시라고 멈출 수 없는 시대, 사람들의 안전을 담보로 하더라도 어서어서 돈을 벌어 선진국에 들어서야 하는 시대 말이다.
그로부터 3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은 소위 말하는 선진국 반열에 들어섰다고 한다. 그렇지만 안전 문제에 있어서 과연 얼마나 발전했을까? 안타깝게도, 여전히 기본적인 안전 매뉴얼 조차 지키지 않아 사람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한 달 전쯤 있었던 무안공항 참사처럼 말이다. 안전을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채, 성과와 이익을 좇는 데만 몰두하던 고도 성장기의 고질병이 다시금 이러한 참사를 빚은 것이다.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지방에 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지역 활성화를 위한 중요 과제였다. 이런 과정에서 무안 공항이 급하게 확장 건설되었다. 지난 정부는 임기 내에 각 지역의 공항 건설 계획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데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이렇게 성과를 좇는 과정에서 정밀한 안전 진단은 누락되고 말았다. 참사가 벌어진 후 이제 와서 무안 공항의 입지 자체가 애초에 공항이 들어서기에 부적합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게다가 설계 매뉴얼에 명확히 ‘부서지도록’ 건설해야 하는 로컬라이저 둔벽을 콘크리트로 만드는 과오를 저지르고 말았다. 이와 더불어, 지방자치단체는 지방 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무리하게 국제노선을 늘렸다. 항공사들도 마찬가지다. 코로나19때의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안전 관리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하며 무리하게 증편을 하거나 노선을 확장했다.
당장 눈앞의 이익을 위해, 사회에 내세울 수 있을 만한 성과를 위해 가장 중요한 안전을 등한시하는 관행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아직도 지방의 많은 공항이 조류 감지 레이더 없이, 무안 참사의 직접적 원인이기도 했던 로칼라이저 콘크리트 둔벽을 유지한 채 국제노선을 늘리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다. ‘지역 활성화’라는 성장의 기치와 코로나19 종료 후 폭증하는 국제 여행객의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제 당장 눈앞의 이익을 놓치면 큰 기회를 잃게 되는 고도 성장기는 끝났다. 오히려 조금의 실수나 하자가 발생하면 그동안 이뤄온 것을 잃게 되는 성장 안정기에 진입했다. 이제는 그만 ‘안전 불감증’이라는 고도 성장기의 그늘을 진정으로 졸업할 때다. 다시 한번, 국가의 불찰로 인해 무안 참사로 소중한 사람들을 떠나보낸 이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드리며, 애도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