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美중간선거…트럼프 정책 속도 낼 듯"
"FTA 별개로 韓 관세압력 가능…안 건드릴 것"
"정권 무관한 국익 우선·일관적 대외정책 중요"
"미국의 관세 정책은 무역수지 적자가 큰 캐나다, 멕시코, 중국 그리고 EU(유럽연합) 등에 먼저 이뤄지고 한국과 일본 순서인 것 같다. 적어도 100일 내, 4월 중에는 대부분 가시권에 놓일 것이다."
김종덕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무역통상안보실장은 22일 세종시 국책연구단지 내 위치한 KIEP 사무실에서 가진 본지 인터뷰에서 미국의 보편관세 정책이 한국에 본격화할 시점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김 실장은 "트럼프 정부는 2년 동안 공격적인 정책을 할 수밖에 없는데 2026년에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소속된) 미국 공화당이 상·하원, 대통령 모두 가진 시기에 추진하고 싶은 정책을 빠르게 추진할 것이다. 관세 범위·속도는 차근차근 내놓더라도 이들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큰 방향성은 빨리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수지 불균형 해소를 위해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관세를 공약했지만 20일(현지시간) 공식 취임 후 캐나다·멕시코에 이민·마약 단속 관련 25%의 징벌적 관세와 중국에 10% 관세 부과 계획을 언급하는 데 그쳤다.
미국발 관세전쟁이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는 만큼 속도조절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김 실장은 "관세를 다양한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하려는 의도"라며 "관세가 가져올 미국 내 인플레이션 등 경제 영향을 트럼프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한국이 '트럼프 관세' 영향권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한국은 미국의 8대 무역 적자국이다. 한국은 2년 연속 역대 최대 수준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폐기 혹은 재협상 가능성은 낮게 봤다. 김 실장은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하지 않고도 한국에 압력을 가할 방안이 굉장히 많다"며 "양국이 합의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미국 입장에서 한미 FTA를 통한 전략 선택은 불편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FTA를 폐기할 수도 있지만 관세율도 원상 복구해야 하는데 의회 승인이 필요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FTA가 아니어도 관세를 올릴 여러 제도적인 장치가 있다. 미국이 받는 혜택도 있기 때문에 굳이 건드릴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계엄·탄핵 사태로 불안정한 한국 정부가 미 정부의 표적이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타겟으로 액션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트럼프 정부의 아젠다 추진은 한국의 상황에 대한 어떤 고려, 배려 없이 미국 일정대로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세 문제 등은 정부가 계속 준비해온 것으로 대응하면 되지만 언젠가 가장 상위 컨트롤타워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미 경협을 위한 주요 협상 카드로는 조선·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제조업을 거론했다. 김 실장은 "미국은 지적재산권 등 원천 아이디어에 강점이, 한국은 제조업에 경쟁력이 있으니 조선·SMR 등 미국이 제조 역량을 높이고 싶은 분야의 협력을 늘려가는 것이 긍정적인 대미 협상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대외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일관성이 중요하다"며 "이견 노출을 최소화하기가 어려울 텐데 대외 문제만큼은 정권이 바뀌든 안 바뀌든 국익 차원에서 안정적, 일관적으로 대응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김 실장은 "섣불리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근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아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25% 관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미국에 갔지만 성과 없이 망신만 당했다"며 "전략 없이 접촉하면 똑같은 상황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빨리 국내 상황을 안정시켜 새 사령탑이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통상정책·국제무역 분야 전문가인 김 실장은 고려대 경제학과 학사, 동대학원 석사를 거쳐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부터 15년째 KIEP에 근무하며 통상·안보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2019년에는 우리나라 대외경쟁력지수 하락 원인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공로로 기획재정부 장관(부총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취임사의 핵심 단어는 '아메리카 퍼스트' 즉 '미국 우선'이다. 모든 것을 미국 중심으로, 미국 입장에서 그리겠다는 말이다. 흥미롭게 본 표현은 'Like never before', 'ever before'다. 7번 정도 나왔는데 '이제는 예전과 같지 않다', '지금은 새로운 시기이고 새로운 걸 만들어가겠다'는 이야기다. 한국 입장에서 과거와 많이 다른, 경험하지 못한 여러 일이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취임 첫날부터 미국이 보편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속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고, 적용 범위에 대한 고민도 있는 것 같다. 먼저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관세 이야기를 했다. 기존에는 관세를 말하면서 무역수지 불균형 이야기만 했다면 이제 이민, 마약 등 다른 측면의 이야기도 하고 있다. 관세를 다양한 협상 레버리지로 사용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언급이 늘어났다. 취임 직후를 놓고 보면 관세가 가져올 미국 내 인플레이션 등 경제 영향을 트럼프 정부도 고민하고 있다는 것이 읽힌다."
"당시 발표할 때도 트럼프 정부의 경제 정책은 일부 반영됐다. 장기적인 추세 차원에서 보면 무역·투자의 위축은 성장률 위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관세 전쟁을 통해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줄어들겠지만 동시에 미국에 관련 비용도 따르게 된다. 관세는 공짜 점심이 아니기 때문에 미국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다."
"펀더멘털 측면에서는 아직 건실함을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출, 수입, 투자도 큰 변동성은 없다. 다만 환율 등 금융시장 변동성이 크게 나타나고 있어서 대응해야 하는데 이 상황이 장기화하면 수출입과 중장기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것에 영향을 주게 되고, 그런 것들이 궁극적으로 국가신용등급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
"그 분석 결과는 대중국 60% 관세, 전 세계 20% 보편관세가 부과되고 상대국이 모두 미국에 보복 관세를 매기는 시나리오다. 지금보다 훨씬 엄중한 상황에 대한 분석이다. 올해 한 해에 대한 값도 아니다.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추가적 재정 정책이나 금리 인하 등도 분석에 반영되지 않았다. 우선 중국의 대규모 재정 정책이 있을 것 같고, 우리 정부도 경기 부양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쓸 것이다. 다만 정책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봐야 한다.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정책을 하겠지만 속도조절 범위, 수준에 대해 조정이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정부 역할이 중요한 시점이다."
"경기가 하강하면서 자영업자, 소상공인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고, 수입업자는 고환율을 직접 감당해야 하기 때문에 지원을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경제적인 전환이 이뤄지고 있기에 적응할 수 있도록, 새로운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차원의 정책이 필요하다는 점도 재정 투입을 늘려야 하는 가장 큰 이유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국의 관세 정책은 무역수지 적자가 가장 큰 캐나다, 멕시코, 중국 그리고 EU 등에 먼저 이뤄지고 한국과 일본 순서인 것 같다. 적어도 100일 내, 4월 중에는 대부분 가시권에 놓일 것이다. 큰 틀에서 트럼프 정부는 2년 동안 공격적인 정책을 할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2026년에 중간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 공화당이 슬림하게 다수당을 차지하고 있기에 공화당이 상하원, 대통령 모두 가진 시기에 하고 싶은 정책을 빠르게 추진할 것이다. 관세 범위·속도는 차근차근 내놓더라도 이들 국가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큰 방향성은 빨리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정부가 한국의 정치적 불안정을 타겟으로 액션을 취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아젠다 추진은 한국의 상황에 대한 어떤 고려, 배려 없이 미국의 일정대로 이뤄질 것이다. 그것을 주의해야 한다. 관세 문제 등은 정부가 계속 준비해온 것으로 대응하면 되지만 언젠가 가장 상위 컨트롤타워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시기가 왔을 때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는 어렵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압박이 협상용 레버리지라고 본다면 미국과의 경제협력, 이해관계를 맞춰줄 수 있는 분야로는 조선이나 SMR, 의약·바이오 분야다. 특히 조선을 잘하는 나라는 세계에 그렇게 많지 않아 미국과 협력할 기회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지적재산권 등 원천 아이디어에 강점이 있고 한국은 제조업에 경쟁력이 있다 보니 조선, SMR 등 미국이 제조 역량을 높이고 싶은 분야의 협력을 늘려가는 것이 긍정적인 대미 협상을 가능하게 하는 부분일 수 있다."
"미국의 주된 보편관세 부과 이유는 불균형한 무역수지를 해소하자는 것인데 방법은 두 가지다. 수출을 줄이거나 수입을 늘리는 것인데 수출을 줄이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마침 미국에서 원유 생산을 늘리겠다고 했다. 원유 수입량을 늘리는 것은 우리도, 트럼프 정부도 원하는 방향이라 성사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미 FTA를 통하지 않고도 한국에 압력을 가할 방안이 굉장히 많다. 양국이 합의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서 미국 입장에서 한미FTA를 통한 전략을 선택하는 것은 불편할 것이다. 협상 레버리지로는 쓸 수는 있을 것이다. 트럼프 1기 때도 한미FTA는 소폭 개정으로 끝났는데 이번에도 완전 폐기나 재협상까지 들어가기는 어려울 것 같다. 트럼프 대통령이 FTA를 폐기할 수도 있지만 그러면 관세율도 원상 복구해야 하는데 의회 승인이 필요해 시간이 많이 걸린다. FTA가 아니어도 관세를 올릴 여러 제도적인 장치가 있다. FTA를 통해 미국이 받는 혜택도 있기 때문에 굳이 건드릴지는 의문이다."
"미국과 같은 급에서 뭔가 오가는 대화는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많은 것을 준비해 왔고 부처 수준에서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하겠지만, 결국 사령탑이 기존 시나리오에서 벗어난 상황에서 의사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상당히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섣불리 트럼프 대통령에게 접근하는 것도 좋은 전략은 아니다.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도 '25% 관세'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미국에 갔지만 성과 없이 망신만 당했다. 전략 없이 접촉하면 똑같은 상황을 겪을 수 있다. 빨리 국내 상황을 안정시켜 새 사령탑이 대응할 수 있는 체제를 만들어야 한다."
"대외정책은 일관성이 중요하다. 이견 노출을 최소화하기가 어려울 텐데 대외 문제만큼은 정권이 바뀌든 안 바뀌든 국익 차원에서 안정적, 일관적으로 대응하는 게 우선이다. 언론도 미국 정부가 뭔가 발표할 때마다 '큰일 났다'는 식의 보도보다는 차분하고 분석적인 보도를 통한 여론 조성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