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에서 파주시 운정중앙역으로 향하는 GTX-A 노선 열차에 몸을 실었다. 두 역 사이 총 길이는 32.3km, 소요시간은 약 22분이다. 기존에는 지하철로 46분에 더해 광역버스로 1시간 이상 걸리던 거리다. 연신내역, 대곡역, 킨텍스역을 지난다. 추가 역인 창릉역은 올 초 착공해 2030년 개통할 예정이다. 최고 속도는 시속 171㎞로, 전 구간에서 시간당 100㎞ 이상으로 운행한다.
운정중앙역에서 내려 10분가량 걷다 보면 인근 랜드마크 단지로 불리는 ‘힐·푸·아’(힐스테이트운정,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 운정신도시아이파크)가 눈에 띈다. 단숨에 서울생활권으로 변모한 단지들이다.
하지만 서울과의 접근성이 대폭 좋아졌음에도 집값에 선반영된 영향으로 집값에는 큰 변화가 없는 모양새다. 운정신도시아이파크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7억 원(8층)에 거래됐다. 개통 직전인 11월(7억8000만 원, 21층) 대비 8000만 원 떨어진 셈이다. 같은 달 59㎡는 5억9000만 원(7층)에 손바뀜하면서 신고가를 기록했으나, 두 달 만인 지난달 5억5000만 원(19층)까지 내려왔다.
인근 단지도 비슷한 상황이다. 맞은편 운정신도시센트럴푸르지오 전용 84㎡가 지난달 6억4900만 원(25층)에 팔렸다. 지난해 10월 거래가 7억4300만 원(19층)에 비하면 약 1억 원 하락했다. 푸르지오파르세나 동일 평형은 지난해 8월 6억1000만 원(18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썼지만 지난달에는 5000만 원 낮은 5억6000만 원(19층)에 매매계약이 체결됐다.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집값은 GTX 개통이 확정됐을 때와 첫 삽 떴을 때 많이 올랐다”며 “매도인이 부르는 값은 비싸진 상황이라 실제 거래는 어쩌다 한 번”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개통 전후 호가는 훌쩍 뛰었다. ‘힐·푸·아’ 전용 84㎡ 매물은 각 7억2000만~8억 원, 7억5000만~8억 원, 7억3000만~7억9000만 원 선에 시장에 나와 있다. 이날 만난 40대 주민 A씨는 “이웃 중 집 내놓을까 고민하는 이들은 앞으로 더 오를 수 있다고 기대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운정중앙역과 한 정거장인 킨텍스역은 고양시 일산에 위치해 있다. 기존에 서울 지하철 3호선 종점인 대화역까지 버스를 타고 이동해 서울까지 나가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했던 동네다. 출구로 나오자마자 대형 상가를 끼고 있는 킨텍스원시티M1블록이 보였다. 이 단지는 분양시부터 GTX 호재를 포인트로 내세웠던 곳이다.
지난해 10월 전용 84㎡가 12억9200만 원(43층)에 거래된 이후 3개월 만인 이달 10일 11억4000만 원(13층)까지 내린 단지다. 바로 뒤 킨텍스원시티M3블록에서는 하루 차이 신저가 거래가 이뤄졌다. 전용 84㎡ 매물이 직전 12억2000만 원(28층, 2024년 10월)에서 3000여만 원 떨어진 11억9500만 원(8층)에 손바뀜했다.
인근에서 사무소를 운영하는 한 공인중개사는 “교통이 편리해져 직주근접을 선호하는 직장인 사이 전세 문의는 많이 늘었는데 매매는 그렇지 않다”고 설명했다. 원시티 단지에서 마주친 40대 B씨는 “한창 집값이 오르던 2021~2022년엔 14억 원 넘는 가격에 집을 산 이들도 있어 고점이 멀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출규제 여파와 시장침체로 호가가 실거래로 이어지진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향후 전망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김민영 직방 빅데이터랩실 매니저는 “교통 호재의 경우 오랜 기간에 걸쳐 프리미엄이 반영돼 개통 즉시 가격이 오르진 않는다”며 “추후 상승장 진입 후 수요 유입에 따른 가격 반응 속도가 종전보다는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솔 도시와경제 이사는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선반영된 지역보다는 인근 아파트 착공 예정지나, 현재는 저평가된 상태이지만 철도 개통으로 인한 낙수효과가 있는 곳이 투자에 유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