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영업력 집중 위해 지표↓
하나, 중기 손님 거래 활성화 방향
청약 등 리테일 지표 축소한 우리銀
주요 은행들이 올해 상반기 핵심성과지표(KPI)를 재정비했다.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와 금리 인하 등의 영향으로 올해 ‘몸집 키우기’가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뒀다. 신한은행은 수익성 지표로 자본수익률(ROC)을 감안한 신규 수익성 지표를 새로 도입했고 우리은행은 영업 효율화를 위해 리테일 관련 지표 비중을 줄였다.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기업대출 관련 지표를 조정했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 양적 성장보다 ‘질적 성장’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KPI를 손봤다.
KPI란 수신 및 여신 등 은행 영업점이 관리해야 하는 핵심 요소에 대한 성과평가 기준이다. 국내은행은 통상 본점에서 KPI를 설정하고 각 영업점은 이에 따라 업무를 수행한다. 평가는 반기별로 연 2회 이뤄지는데, 이를 통해 향후 6개월간 은행이 집중할 영업 방향을 가늠할 수 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신한은행이 올해부터 KPI에 수익성 평가 항목으로 자본수익률(ROC)을 감안한 지표를 새로 도입키로 한 것이다. ROC는 지난해 7월 신한금융지주가 실적발표 때 언급한 신규 지표로, 자회사별 배분된 자본 대비 수익성을 측정한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ROC는 자산수익률(ROA), 자기자본수익률(ROE)보다 더 실질적인 수익성을 나타내는 지표”라며 ”외형 확대보다 우량자산을 중심으로 건전성을 관리하려는 올해 기업대출 전략과도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신한은행은 올해 개별 영업점 단위의 평가에 집중하기로 했다. 영업력 강화를 위해 평가 지표를 통합, 간소화했다. 디지털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지표의 비중은 확대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혁신을 위한 전방위적인 플랫폼 영업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지표를 다듬었다”고 부연했다.
지난해 내부통제로 어려움을 겪은 우리은행도 KPI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우리은행은 앞서 지난해 기업대출 관련 지표를 조정한 데 이어 신용카드와 청약 등 리테일 관련 지표 비중을 줄였다. 우량고객을 중심으로 ‘실질적인 영업’을 하자는 취지에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이전에는 단순히 대출, 카드발급 등 확대에 점수를 줬다면 앞으로는 역마진이 나거나 연체가 발생하는 불량한 대출은 줄일 때 점수를 주고 우량 여신과 등급이 좋은 기술 금융 신규 대출은 늘릴 때 점수를 주기로 했다”며 “이를 통해 확보한 시간은 고객기반 마련, 직원들의 영업력 등 역량 개발에 쓸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앞으로도 불필요한 지표를 덜어내 KPI를 효율화하는데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보금자리론·디딤돌·버팀목 대출 등 정책 대출 운용 관련 실적 지표 역시 비중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불필요하게 잡아 왔던 정책금융 지표를 과감하게 솎아내는 방향으로 KPI를 손볼 예정”이라며 “이는 내년부터 시행하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상반기 KPI 설계 방향을 ‘수익성 방어를 통한 적정 성장’으로 삼으며 변화를 꾀했다. 금리 하락기를 앞두고 수익성 방어를 위해 수신 등 핵심 예금 증대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또 자산관리, 기업대출 등 핵심 분야에 대한 다변화된 수익원 창출 및 고객기반 강화에도 신경 썼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대출 규모만 확대하기에는 현 시장 상황의 리스크가 큰 만큼 ‘수익 다변화’에 중점을 둬 KPI의 큰 방향을 정했다”며 “기업대출의 경우, 단순히 신규 대출 취급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고객 유입에 따른 퇴직연금, 종업원 급여 이체 등 부수 거래 확대를 장려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방향이 반영된 KPI는 2월 초 확정될 예정이다.
‘영업통 행장’이 새로 나선 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KPI에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고객 확대와 거래 활성화’라는 목표를 녹여냈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지난 하반기 대비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고객을 늘리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에 맞게 평가 항목 추가 또는 가중치 부여 등 세부 조정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