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 매력 사라져 두달 연속 하락…적금도 줄어
가계대출 10개월 만에 줄어…주담대는 증가세
수신금리 하락 여파로 국내 5대 은행의 예금 잔액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적금 잔액은 감소세로 전환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 연 3% 초반대(예금 기준)까지 떨어진 이자의 매력이 떨어진 데다 금리가 추가 하락하기 전에 가입하려는 이른바 ‘막차 수요’마저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1월 말 기준 정기예금 잔액은 922조2998억 원으로 전월(927조916억 원)보다 4조7918억 원(0.51%)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정기적금은 39조9277억 원에서 38조9736억 원으로 9541억 원(2.3%) 줄었다.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해 11월 말까지 7개월 연속 증가한 바 있다. 증가 폭은 △5월 16조8242억 원 △6월 1조4462억 원 △7월 18조1879억 원 △8월 16조3256억 원 △9월 4조8054억 원 △10월 11조5420억 원 △11월 6조2068억 원 등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린 한국은행 피벗(통화정책 전환) 이후 막차 수요 효과는 11월까지 계속됐다. 정기적금 잔액은 12월(39조9277억 원)에도 전월 대비 3872억 원 늘어나는 등 증가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한은의 추가 기준금리 인하, 통화정책 완화 기조가 은행들의 수신금리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다. 정기예금의 경우 지난해 12월 21조1285억 원 급감하기도 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12개월) 최고금리는 이날 기준 연 3.00~3.10% 수준이다. 지난달 3일 연 3.15~3.22%에 비해 금리 하단은 0.15%포인트(p), 상단은 0.12%p 낮아졌다. 농협은행 ‘NH올원e예금’ 상품이 3.10%, 국민은행 ‘KB Star 정기예금’, 신한은행 ‘쏠편한 정기예금’, 하나은행 ‘하나의정기예금’, 우리은행 ‘WON플러스예금’은 3.00%를 적용 중이다.
투자 대기성 자금도 감소 추세다. 지난달 말 5대 은행의 수시입출금식 저축성예금(MMDA)을 포함한 요구불예금은 627조4067억 원으로 전월(631조2335억 원)보다 3조8268억 원(0.60%) 줄었다. 요구불예금은 입·출금이 자유로운 만큼 시중은행의 금리가 오르면 정기예금으로, 내리면 증권·부동산 등 투자자산 시장으로 이동한다.
5대 은행의 지난달 총수신 잔액은 2047조3063억 원으로 한 달 새 1조280억 원 감소했다.
가계대출 잔액은 10개월 만에 줄어들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3조6588억 원으로 전월(734조1350억 원)로 4762억 원 감소했다. 가계대출이 줄어든 것은 지난해 3월(2조2238억 원) 이후 처음이다. 연말·연초 상여금 지급으로 금융소비자들의 대출 상환 여력이 커지면서 신용대출을 갚은 영향이 크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잔액은 102조82억 원으로 전월 대비 1조5950억 원 감소했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79조9771억 원으로 전월(578조4635억 원)보다 1조5136억 원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1조923억 원 늘어난 이후 11월 1조3250억 원, 12월 1조4698억 원 등 매달 증가 폭이 확대되고 있다.
5대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은 증가세로 돌아섰다. 연초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기업들의 수요가 늘면서다. 대기업 대출은 163조996억 원으로 전월 대비 4조7061억 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도 662조6231억 원으로 3941억 원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