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관세 공포가 국내 증시를 뒤흔들었다. 이미 딥시크 충격으로 위태로웠던 국내 증시는 겹악재에 외국인과 기관 이탈세를 버티지 못하고 곤두박질쳤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63.42포인트(p)(2.52%) 하락한 2453.95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는 지난달 중순 이후 줄곧 2500선을 지켜왔지만, 2400선을 내줬다. 이날 개인투자자가 1조 원 넘게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723억 원, 3731억 원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같은 시각 코스닥 지수도 24.49p(3.36%) 하락한 703.80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시장 역시 개인은 2952억 원 순매수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1030억 원, 1910억 원 순매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의 물량 폭탄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 충격에 미국의 관세 전쟁 우려까지 국내 증시에 대한 악재가 연이어 쏟아진 탓이다.
앞서 딥시크는 지난달 20일 오픈소스 거대언어모델(LLM) ‘딥시크-R1’을 공개했다. 비교적 저렴한 개발 비용으로 기존 거대언어모델(LLM)에 크게 뒤처지지 않는 성능을 보이며 글로벌 증시 전반에 충격을 줬다. 비싼 AI칩 수요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에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연일 하락세를 맞았다. 두 종목은 이날에도 각각 2.67%, 4.17% 하락 마감했다.
이날 송명섭 iM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목표 주가를 20만 원으로 하향하며 "딥시크의 등장은 초고가 최신 엔비디아 GPU 및 내장 고용량 HBM의 고성장에 의문점을 부여했으며, 이에 따라 지난해 상향 조정된 동사 밸류에이션 범위가 다소 하향될 가능성이 존재한다"라고 밝혔다.
딥시크 충격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주말 사이 들려온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소식은 증시 하락을 더욱 부추겼다. 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 멕시코에 25%의 관세를, 중국에는 10%의 추과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여기에 향후 유럽연합(EU)에도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 예고하면서 국내도 이를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우려도 커졌다. 이미 정치적 혼란으로 내수 부진이 장기화한 상황인데, 관세로 수출 기업마저 타격을 입으면 증시 부진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이날 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종목 중 기아(-5.78%), LG에너지솔루션(-4.40%) 등 대다수 종목이 일제히 하락했다. 코스닥에서는 에코프로비엠(-9.16%), 리가켐바이오(-8.14%) 등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도 지난달 20일 이후 처음으로 1460원을 넘긴 채 마감했다. 장중 한때 1470원을 돌파하며 고공 행진하기도 했다.
관세 충격은 국내 증시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지역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일본 니케이225 지수, 대만 가권지수, 홍콩 항셍지수 등 주요 지수가 일제히 하락했다.
최광혁 LS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가 관세 부과를 무조건 할 것이란 시장 판단이 서면서 장 하락은 딥시크보다 관세 영향을 훨씬 많이 받았다고 판단한다"라며 "1분기에는 트럼프발 불확실성이 여전히 건재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하며, 수출과 연관성이 적은 은행, 금융, 소프트웨어 관련 게임 업종 등으로 대응하는 것을 추천한다"라고 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업종별로는 심리가 취약해져 있었던 반도체와 멕시코로 우회 수출하던 2차전지나 자동차 업종의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궁극적으로는 관세 정책을 통해 유럽연합(EU)에도 에너지 수출을 강요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액화천연가스(LNG)선과 같은 수요가 올라올 것으로 기대되므로 조선 업종은 수혜를 볼 수 있다"라고 의견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