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페소도 3년 만에 최저
홍콩 역외시장서 위안화 가치 역대 최저
원·달러 환율 1467.2원…14.5원↑
달러인덱스, 1% 상승해 3주래 최고치
달러 대비 주요국 통화 가치는 그야말로 추풍낙엽처럼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이날 싱가포르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캐나다 달러 가치는 장중 1.4% 가까이 떨어진 1.473캐나다달러로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달러 대비 멕시코 페소 가치 역시 2% 넘게 폭락해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달러 대비 중국 위안화 가치는 장중 한때 홍콩 역외시장에서 0.4% 떨어진 7.3462위안으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 역내시장은 ‘춘제(설)’ 연휴로 이날 휴장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4.5원 상승한 1467.2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이는 3주 만에 최고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 넘게 올라 109.65%를 찍으면서 단숨에 3주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로화 가치도 1% 넘게 빠지면서 2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 달러화와 함께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스위스 프랑마저도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시장에 더 큰 충격파를 던진 것은 트럼프의 폭탄 관세보다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 등 세 국가의 반격이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이들 국가는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고 미국 제품에 보복 관세를 물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맞대응을 선언했다.
파생상품 거래 플랫폼 IG의 토니 시카모어 애널리스트는 “시장 참여자들이 놀란 대목은 캐나다와 멕시코가 즉각 보복 조치에 나섰고, 중국과 유럽연합(EU)도 이에 동참할 가능성을 시사했다는 것”이라며 “이는 글로벌 무역이 급격히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 시장에서는 트럼프가 시작한 관세전쟁으로 각국의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보호무역주의가 심화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관세 압박’에 대한 해법으로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 확대를 제안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엔·달러 환율은 안정을 유지했다.
도이치방크의 조지 사라벨로스 외환 리서치 책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 정책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보호무역주의 스펙트럼의 가장 강경한 쪽”이라면서 “시장은 구조적으로 무역전쟁 리스크에 대한 프리미엄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삭소뱅크의 존 하디 수석 매크로 전략가는 “트럼프의 이러한 관세 조치와 그에 대한 대응이 지속된다면 사실상 경제 성장과 물가, 공급망과 기업에 대한 혼란과 관련된 모든 파급효과를 수반하는 무역전쟁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 가장 큰 위험은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경고했다.
다만 트럼프가 예고한 관세가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작다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 증권사 시버트파이낸셜의 마크 말렉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금까지 시장이 트럼프 편이었지만, 상황이 바뀔 수 있다”면서 시장이 처음으로 트럼프에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의 압력으로 트럼프의 강경한 자세가 완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