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가 인기가 없는 이유는 돈을 벌 수 없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6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 금감원)](https://img.etoday.co.kr/pto_db/2025/02/20250206141723_2133704_1200_675.jpg)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해 마련한 토론회장이 성토의 장이 됐다.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해 날선 비판이 쏟아졌다. 국내 주식 시장 개선을 위해서는 주주보호의 책임이 최우선 과제로 제시됐다.
6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진행한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한 열린 토론’에서 천준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부회장은 “국내외 기관 개인투자자분들이 한국 증시에 대해 일종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지뢰밭이라고 표현을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주식에서는 반드시 한 번씩은 충격적이고 공포스러운 일을 겪게 된다"고 덧붙였다.
천 부회장은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물적 분할, 지난해 두산그룹 구조개편 등 저가 상장 폐지, 불공정 주식 교환 합병 쪼개기 상장 등 계열사 지원 같은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해 투자자들의 자산이 하루 아침에 줄어드는 일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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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지배주주이익을 위한 거래들이 국내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을 떠나는 이유”라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없는 것이 국내증시의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천 부회장은 국내 증시를 벌레 나온 음식점에 빗대 비난하기도 했다. 그는 “매번 맛있게 먹었더라도 한번 벌레가 나온 음식점은 다시 가기 어렵다.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는데, 중요한 건 주인의 태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손님을 보호하려는 의지조차 없는 식당이라며 다시는 가지 않을 텐데 지금 우리 증시 상황이 딱 이렇다”라고 설명했다.
한국증시 활성화를 위해 무엇보다 투자자 보호가 가장 중요하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해외에서는 일반 주주에 대한 보호 의무를 회사 이사회나 지배 주주에게 직접 부여한다”며 “우리나라 법원에서는 투자자에 대한 보호 의무가 없다고 명확히 답을 주는 판결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사회가 주주 충실 의무 또는 주주 이익 보호 의무를 명시하자는 상법 개정안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꼬집었다.
개인투자자 대표로 참석한 ‘전인구의 경제연구소‘ 전인구 대표는 개인투자자가 바라본 한국증시에 대해 “돈을 벌 수 없는 시장이다. 결국 돈을 벌 수 있게 만들어줘야 한국 증시로 돌아올 수 있다”며 “공정성, 위험성, 유동성, 스타성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현재 우리 증시에는 좀비기업처럼 위험성이 큰 기업들이 너무 많다”면서 “투자하면 안되는 기업들을 걸러내는 작업들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국내 주식시장에서 실제로 돈을 번 사람들을 소개해 희망을 줄 수 있는 이른바 스타성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현재 국내 증시는 사면초가다. 국내 투투자들은 해외로 발길을 돌렸고, 외국인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에서 발을 뺐다.
6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9개 증권사(미래에셋, 한투, 삼성, 키움, NH, KB, 신한, 토스, 카카오페이증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이들 증권사의 국내 주식 거래 규모(개인 투자자가 매수·매도한 주식 합)는 6352억5400만주로 전년(7303억7900만주)보다 약 13%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19 이후 주식 투자 열풍이 불었던 2021년(1조2283억4200만주)과 비교하면 48.3%나 줄었다.
반면,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큰 폭으로 늘었다. 해외 주식 거래 규모는 2022년 593억1000만주에서 2023년 1124억3500만주 규모로 89.6% 뛰었고, 작년에도 1564억1900만주로 39.1% 증가했다.
이날 토론회는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 박세영 노무라 금융투자 전무, 이진영 NH-아문디자산운용 본부장 등 금융업계와 학계‧연구기관, 개인‧기관투자자가 참석해 한국 증시의 경쟁력을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