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 중시하는 소비트렌드…'토핑경제'
자극 넘치는 시대, 아날로그 감성 회복
독서를 '힙한' 문화로 생각하고,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개성 있게 소비하는 독자들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표준화경제에서 토핑경제로 산업적 패러다임이 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9일 도서·출판계에 따르면, 책꾸미기와 북저널링(Book Journaling) 등 디지털 시대 속에서 아날로그적 감성을 찾기 위해 책을 다양한 방식으로 즐기는 독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먼저 '책꾸'라고 불리는 책꾸미기는 젊은 세대 사이에서 힙한 놀이 문화가 됐다. 지난해 연말 예스24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책꾸에 필요한 스티커와 책갈피, 북커버 등이 다양한 형태로 출시되며 텍스트힙 열풍을 견인했다.
특히 사생활 보호 목적으로 사용됐던 북커버는 이제 취향을 드러내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데, 전년 동기 대비 판매가 195.1% 급증했다.
이날 기준 예스24 문구·GIFT 부분 인기검색어 순위를 살펴보면, 스티커와 책갈피는 각각 5위와 6위를 차지했다. 북커버 역시 10위를 차지하면서 올해에도 책꾸 열풍이 이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북커버는 가죽, 천, 누빔 등 다양한 소재로 제작되고 있다. 거기에 다양한 스티커와 브로치 등으로 장식하는데, 가령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화 캐릭터와 관련된 모양이나 디자인을 가진 아이템을 북커버에 붙여 꾸미는 식이다.
책꾸 열풍은 '토핑경제' 현상과 맞물려 있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쓴 '트렌드 코리아 2025'에 따르면, 올해 주요 소비 키워드인 토핑경제는 피자에 토핑을 추가하듯이 기성 상품에 나만의 독창성을 덧붙이는 소비를 말한다.
김 교수는 "사람들은 무엇보다 꾸미는 데 열중한다. 티셔츠에는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와 와펜을 꼭 붙이고, 가방에는 키링 세개쯤은 달아주는 식"이라고 설명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최고의 상품보다는 자신에게 딱 맞는 최적의 상품을 찾는다는 것이다.
책꾸 열풍을 비롯해 가방, 신발, 옷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미기 아이템 판매가 증가하는 이유는 표준화경제에서 토핑경제로의 산업적 패러다임이 변화하는 현상과 맥이 닿아있다. 표준화경제가 소비자의 보편적 욕구를 충족시킨다면, 토핑경제는 소비자의 차별적 욕구를 겨냥한다.
다품종 소량생산에서 더욱 확장해 소비자가 직접 기성 상품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꾸미고 재창조하는 게 토핑경제의 본질이라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출판사들도 독자들의 개별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다양한 굿즈 및 시리즈 도서 등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소설을 모티프로 한 스티커가 동봉된 무라카미 하루키의 '도시와 그 불확실한 벽 (북꾸 에디션)'이 출시됐다. 이재은 아나운서의 에세이 '오늘 가장 빛나는 너에게'는 한정판 책꾸 스티커를 함께 제공하기도 했다.
한 출판 관계자는 "책꾸 열풍은 개인화된 독서 경험을 추구하는 문화적 현상인데, 책을 읽는다는 행위에서 확장해 책을 기록하고, 꾸미는 등 나만의 개성을 표현하는 아이템 개념에 방점을 맞추고 있다. 일종의 놀이 문화인 셈"이라며 "디지털 시대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을 회복하고, 창의적인 표현을 통한 힐링을 추구하는 경향과도 연결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