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력 잃은 韓 AI] 바보야 문제는 규모가 아닌 전략이야

입력 2025-02-12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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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정부 전폭적 지원과 AI 반도체부터 SW·HW 통합하는 AI 생태계 구축하며 급속 성장
파편화된 전략이 아닌 AI 알고리즘-AI 반도체-AI 응용 서비스 연결할 생태계 조성 시급

한국이 인공지능(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AI 발전 전략을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의 파편화된 지원 정책 대신 AI 생태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산업화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의 AI 산업은 정부의 주도적인 지원보다는 개별 기업들이 각자도생하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정부 차원의 대규모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통해 AI 산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하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중국이 AI 경쟁에서 빠른 속도로 미국을 추격할 수 있었던 이유도 정부의 막대한 지원뿐만 아니라 AI 반도체부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까지 아우를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우리나라 AI 전략의 “방향성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며 AI 에코 시스템을 조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즉 파편화된 데이터와 알고리즘 기술뿐만 AI 반도체와 클라우드, AI 응용 서비스 등이 긴밀하게 연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회준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석좌교수는 “절대적인 투자 액수가 미·중에 비해 형편없지만 결코 작은 규모의 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보다는 AI에 대한 접근 방식이 지나치게 피상적이어서 AI가 성장할 생태계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자 이후의 시스템 구축과 생태계 조성이 우선돼야 하며 한국이 AI 산업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담론을 형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 교수는 “우리나라가 빠르게 온디바이스AI와 인공지능 전환(AIX) 분야에서 치고 나가야 한다”며 “AI 알고리즘과 AI 반도체, AI 응용서비스 3가지 요소를 갖춰야 AIX가 가능한데 이러한 요소들이 개별적으로 파편화돼서는 안 되며 종합적으로 결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얼마를 투자했느냐’가 아니라 투자를 통해 ‘AI 생태계를 얼마나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는가’인 셈이다.

(김나리 기자·오픈AI 달리)
(김나리 기자·오픈AI 달리)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도 “딥시크 사태를 보며 한국의 AI 기술력과 인력, 인프라 전략에 한계가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한 마디로,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며 “현재 우리의 AI 기술력, 연구개발(R&D) 시스템, 인력 양성 체계를 냉정하게 점검하고 명확한 방향성을 설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이 AI 발전을 위해 데이터 활용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AI 기본법을 통해 규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며 “이러한 정책 방향은 산업 발전을 뒷받침하기보다 오히려 방향성을 상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뿐만 아니라 규제에 초점을 맞춰온 유럽연합(EU)까지 규제 완화를 예고하며 AI 패권 경쟁에 뛰어들 채비에 나섰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10~11일(현지시간) 파리에서 열린 AI 행동 정상회의에서 프랑스 AI 인프라를 위한 1090억 유로(약 163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 유치 계획을 발표하며 “유럽 AI 산업이 번성할 수 있도록 EU는 규제 완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규제 중심의 정책을 고수하고 투자를 미루다가는 글로벌 AI 주도권 경쟁에서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첫날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이 2023년 10월 제정한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 개발 및 활용' 행정명령 등의 규제를 폐지한 데 이어 다음날 5000억 달러(약 731조 원) 규모의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AI 개발에서 중국과 격차를 벌리기 위해 AI 연구와 데이터센터 건립 등에 방해가 되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나선 것이다.

각국이 AI 패권 경쟁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AI를 지배하는 국가가 세계 질서를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 주도권을 잡으면 차세대 산업으로 떠오르는 반도체, 로봇, 자율주행, 바이오, 핀테크 등 핵심 산업에서 글로벌 표준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이 앞다퉈 AI를 핵심 동력으로 꼽고 막대한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AI 시장은 미국과 중국이 압도적인 격차로 1, 2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싱가포르, 영국, 프랑스, 한국, 독일, 캐나다, 이스라엘, 인도 등이 3위 자리를 두고 치열한 주도권 경쟁을 벌이고 있다.

EU까지 과감한 규제 완화와 대규모 투자 유치를 예고하며 AI 대전에 뛰어든 만큼 우리나라도 규제 완화와 AI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 정부는 이달 말 규제 개선과 R&D(연구개발), 인재 양성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AI 컴퓨팅 인프라 발전 전략'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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