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설비투자도 호조, 성장세 견인
연간 GDP 성장률은 2020년 이후 최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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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내각부는 지난해 4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속보치(계절 조정치)가 전분기 대비 0.7%, 연율 환산 기준으로는 2.8%를 각각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통신 집계 전문가 예상치인 각각 0.3%, 1.1%를 훌쩍 웃도는 것이다.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민간소비가 전 분기보다 0.1% 늘어 3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다. 도쿄도가 지난해 10월부터 에너지 절약형 가전 구매에 대한 보조금 제도를 확충하면서 냉장고·에어컨 등 가전 구입이 증가했고 연말연시 장기 휴가에 숙박 수요 등도 왕성했다. 다만 임금인상률을 앞지르는 물가상승률에 쌀과 야채 소비 등이 저조하면서 소비 확대를 제한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한 설비투자도 전 분기 대비 0.5% 증가하는 등 호조를 보여 성장률을 끌어올렸다.
수출은 전분기 대비 1.1%, 1년 전보다 4.3% 늘었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일본의 무역 전망에도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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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확장세는 일본은행의 전망과 대체로 일치하는 흐름으로, 금리 정상화도 무리 없이 추진할 환경이 마련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은 평가했다. 일본은행은 지난해 3월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끝내고,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0.25%에서 0.50%로 인상했다. 수출 호조와 금리 인상 기대감에 엔·달러 환율은 경제성장률 발표 직전의 152엔 선에서 151엔대로 하락(엔화 가치 상승)했다.
다만 지난해 연간 GDP는 실질(물가 변동 영향 제외) 기준으로 0.1% 증가해 4년 연속 플러스 성장을 유지했지만, 2020년 마이너스(-) 4.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2020년 역성장 후 일본은 2021년 2.7%, 2022년 0.9%, 2023년 1.5%의 추이를 보였다. 특히 2023년에는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처음으로 한국(1.4%)을 앞섰으나 지난해 한국이 다시 역전했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작년 실질 GDP 증가율(속보치)은 2.0%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