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질 성장률 0.1% 그쳐…소비 부진 영향
엔저에 따른 낙수효과 실종…물가만 부추겨

일본 내각부는 이날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 속보치가 609조 엔(약 5790조 원)으로 전년보다 2.9% 늘었다고 발표했다.
명목 GDP는 1973년부터 5년마다 100조 엔씩 증가했지만, 1992년 500조 엔을 넘어선 이래 제자리걸음을 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처음으로 600조 엔을 넘어섰다. 고(故)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약 10년 전에 세운 목표를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인플레이션 영향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실질 경제성장률은 0.1%에 그쳤다고 NYT는 지적했다.
그간 일본 경제는 수십 년 동안 엔저 현상이 발생하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고 경제가 활성화된다는 것을 복음처럼 여겨왔다. 실제 엔화 가치가 한때 미국 달러화에 비해 3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폭락한 지난해에는 도요타 등 수출 대기업들이 일본 역사상 가장 높은 순이익을 올리고 주가도 최고치로 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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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로 인한 낙수효과가 실종된 것은 일본 기업들이 지난 20년 동안 생산과 판매의 더 많은 부분을 해외 자회사에 위임한 데 따른 구조적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NYT는 분석했다. 또 일본이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이후 원전을 폐쇄하면서 전체 에너지 공급의 90%가량을 수입에 의존함에 따라 엔저로 인한 인플레이션 타격이 컸다고 풀이했다.
이에 많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3년간 임금 상승률이 인플레이션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을 지적하면서 일본은행이 디플레이션 극복에 주력하는 데서 벗어나 기준금리를 더 공격적으로 인상해 엔화 평가절상과 수입 물가 안정에 더 치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고 무작정 금리를 인상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일본은행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불확실성에도 대처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이코노미스트들이 일본은행이 다음 기준금리 인상을 위해 여름까지 기다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편 엔화 약세는 달러 기준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치를 떨어뜨려 세계 경제에서 일본의 입지를 약화시켰다. 엔화 가치는 일본 당국이 외환시장에 수천억 달러를 투입해 여러 차례 개입해 엔화를 떠받쳤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달러 대비 10% 이상 하락했다. 일본은 현재 미국, 중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경제 국이지만, 이코노미스트들은 인도가 향후 몇 년 안에 일본을 앞지를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