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계급을 탐구하는 익살스러운 SF…봉준호 신작 '미키17'

입력 2025-02-17 18:03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기생충' 이후 6년 만의 신작…28일 국내에 개봉

반복하는 죽음, 사라지지 않는 공포…미키의 성장기
외계 행성서 펼쳐지는 '죽음'과 '계급', '이민자' 문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이 연출한 영화 '미키17'이 언론 시사회를 통해 국내에 처음으로 공개됐다. '미키17'에도 그간 봉 감독이 관심을 가졌던 계급 문제가 특유의 익살과 해학이 담긴 이미지들로 표현됐다.

17일 서울 용산구 용산CGV에서 열린 언론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미키17'은 에드워드 애슈턴의 SF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했다. 마카롱 장사를 하다가 재산을 탕진한 한 남성이 반복적으로 죽어야 하는 직업인 익스펜더블, 즉 인간 소모품으로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쉽게 죽고, 쉽게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이 이 영화의 포인트다.

미키(로버트 패틴슨)는 위험한 상황에 투입돼 죽는 게 직업이다. 방사능에 노출되면 얼마나 빨리 실명하는지 등 비인간적 실험체로 활용된다. 지구를 떠난 인류가 '니플하임'이라는 새로운 행성에 정착하기 위해 미키가 꼭 해야만 하는 일이다.

영화는 미키라는 이름의 익스펜더블이 17번째 죽음을 맞으며 겪게 되는 상황으로 시작한다. 어느 날, 현장에서 큰 상처를 입은 미키는 구조되지 않는다. 다시 태어나면 되기 때문에 동료는 굳이 죽음을 무릅쓰고 미키를 구조하지 않는 것이다.

기지를 발휘해 가까스로 생환했지만, 이미 미키가 죽었다고 판단한 상부는 그의 18번째 복제품을 만들어 놓은 상태. 미키는 또 다른 자신과 마주하며 혼란스러워한다. 즉 생환한 미키17과 리프린트된 미키18이 만나 교감하고 다투는 장면들이 이 영화의 재미 가운데 하나다.

봉 감독의 말처럼 '미키17'은 죽음과 계급의 문제에 천착하는 영화다.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어 죽는 게 직업인 미키에게 주변인들은 '죽는 기분'이 어떤지 반복적으로 묻는다. 이 같은 질문에 미키는 "항상 무섭다"라고 말한다.

사망해도 다시 태어나 영생의 삶을 사는 미키는 왜 죽음이 무서운 것일까. 그건 죽음이라는 행위가 결코 익숙해지지 않는 탓이다. 어떤 일은 아무리 반복해도 숙련되거나 체화되지 않는다. 불멸의 삶을 등에 짊어진 미키가 종국에 깨닫는 것이 '죽고 싶지 않다'라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 스틸컷. (워너 브러더스 코리아㈜)

동시에 이 영화는 죽음과 계급의 이미지를 통해 이민자 문제를 다루기도 한다. 지구를 벗어나 니플하임에 정착하게 된 인류는 크리퍼라는 외계 생명체와 마주한다. 뒤집어 말하면, 크리퍼 입장에선 인류가 외계 생명체인 셈이다.

인류의 대표자로 군림하는 마샬(마크 러팔로)은 니플하임에서 반크리퍼 정책을 편다. 이는 일부 극우 지도자들의 극단적인 반이민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인류와 크리퍼가 반목하고 대립하는 과정에서 미키는 이들을 중재하는 일종의 외교관 역할을 맡는다. 이를 통해 봉 감독은 평화와 공존, 상생의 가치를 전한다.

앞서 '미키17'은 런던 프리미어와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됐는데, 외신들도 대체로 호평이다.

"세상 어떤 블록버스터와도 닮지 않은 신기한 스펙터클"(Time Out), "'기생충' 이후 오랜 기다림에 답한 봉준호 감독의 신작은 그 독특함이 뿌듯할 정도"(Screen International), "봉준호 감독의 영어 영화 중 단연코 최고이자 가장 밀도 높다. 그의 천재성을 보여주는 증거"(IndieWire) 등의 호평이 전해졌다.

봉 감독의 연출력뿐만 아니라 1인 2역을 훌륭하게 소화한 로버트 패틴슨의 연기력도 주목할만하다. '기생충' 이후 6년 만의 신작인 봉 감독 '미키17'은 28일 국내에 개봉한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새 학기 전 내 아이 안경 맞춰줄까…‘서울 어린이 눈건강 지킴이 사업’ 신청방법은 [경제한줌]
  • [트럼프 2기 한 달] 글로벌 경제, 무역전쟁 재점화에 ‘불확실성 늪’으로
  • 집안 싸움 정리한 한미약품, ‘R&D 명가’ 명성 되찾을까
  • 활기 살아나는 국내 증시…동학개미 '빚투'도 늘었다
  • [날씨] 전국 맑고 '건조 특보'…시속 55km 강풍으로 체감온도 '뚝↓'
  • 트럼프發 반도체 패권 전쟁 심화…살얼음판 걷는 韓 [반도체 ‘린치핀’ 韓의 위기]
  • MRO부터 신조까지…K조선, ‘108조’ 美함정 시장 출격 대기
  • ‘나는 솔로’ 24기 광수, 女 출연자들에 “스킨쉽 어떠냐”…순자 “사기당한 것 같아”
  • 오늘의 상승종목

  • 02.20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3,802,000
    • +0.7%
    • 이더리움
    • 4,052,000
    • +0.5%
    • 비트코인 캐시
    • 479,300
    • +1.05%
    • 리플
    • 3,991
    • +4.97%
    • 솔라나
    • 254,800
    • +1.55%
    • 에이다
    • 1,158
    • +3.21%
    • 이오스
    • 954
    • +4.03%
    • 트론
    • 354
    • -2.48%
    • 스텔라루멘
    • 506
    • +2.64%
    • 비트코인에스브이
    • 56,850
    • +1.34%
    • 체인링크
    • 26,920
    • +1.24%
    • 샌드박스
    • 548
    • +1.86%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