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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감기 증상이라 불리는 콧물, 기침 등은 바이러스 자체가 아니라 면역 반응에 의해 발생한다. 예를 들어 바이러스가 코 점막에 달라붙으면, 면역세포가 침입자에 대한 공격을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코 점막이 붓고 혈관이 확장돼서 코가 막히는 느낌이 들게 된다. 콧물이 더 많이 생성되는 것 역시 바이러스를 씻어내기 위한 몸의 작용이다.
기침은 센 바람으로 목에 낀 바이러스를 털어내는 과정이다. 즉, 목 점막의 신경이 이물질을 감지하고 위험 신호를 보내면 뇌가 반응해 폐에 공기를 모았다가 강하게 내뱉는 반사 작용이 일어나고, 이를 통해 바이러스를 몸 밖으로 배출하게 된다. 가령, 가슴이 아프고 숨을 쉴 때마다 약한 호루라기 소리가 난다면 몸에서 기침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뜻이다.
열이 나는 것 역시 내 면역세포가 ‘열일’ 중임을 의미한다. 바이러스의 침입을 감지한 면역세포는 싸움에 앞서 체온조절센터인 뇌의 시상하부(Hypothalamus)에 체온을 높이라는 신호를 보낸다. 면역세포의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함이다. 체온이 올라가면 면역세포의 이동 속도가 증가한다. 때문에 마치 전쟁터에 군대가 신속하게 배치되는 것처럼 면역세포가 바이러스가 있는 곳까지 도달하는 시간이 단축된다. 또한 항체의 생산 속도 역시 빨라진다. 뿐만 아니라 바이러스의 활동을 둔하게 만드는 효과도 있다. 한마디로 몸에서 열을 끌어올림으로써 면역세포에게 유리한 전장이 만들어진다. 감기 초기부터 습관적으로 해열제를 사용하는 건 감기를 더 오래가게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감기는 약이 없다고 한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치료제로서의 약은 없다고 한다. 이유는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종류가 워낙 많기 때문이다. 일례로 감기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리노 바이러스(Rhinovirus)만 해도 150종 이상의 변종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감기를 앓고, 이로 인해 항체가 한 번 생겼다고 해도 또 다른 변종에 의해 감염될 가능성이 크다는 걸 의미한다. 감기를 줄곧 달고 산다는 말이 있는데, 그렇 수 있는 이유다.
게다가 감기의 역사는 현생 인류의 등장만큼이나 오래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해, 2021년 6월 논문 공개 사이트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3만1630년 전 시베리아에서 발견된 어린이의 젖니에서 고대 바이러스 DNA를 복원한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연구팀은 여기서 두 개의 거의 완전한 아데노바이러스 C(HAdV-C) 게놈을 발견했으며,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이 바이러스의 진화적 기원이 약 70만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추정했다.
이는 감기 바이러스가 현대 인류(Homo sapiens)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인류의 조상(호미닌)을 감염시켜 왔으며, 인간과 감기 바이러스의 동반 관계가 무려 70만 년 이상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질긴 인연이다.
이런 걸 보면 감기가 흔하기는 해도 ‘고작’이라 할 만큼 가벼운 건 또 아니란 생각이 든다. 감기와 관련해 비타민C가 치료 효능이 있는지에 대해선 부정 의견이 다수다. ‘효과가 없다’는 단호한 입장에서부터,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라는 말로 조금의 여지를 남겨두는 의견까지. 하지만 해가 된다는 말은 없고 비타민C가 부족한 경우에는 감기의 회복 속도를 약간 높일 수도 있다는 임상 결과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