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리스크 관리 강화…기업 규모 작을수록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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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탄핵 정국까지 겹치면서 지난해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올해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점이다. 내수 침체가 지속되면 은행권의 리스크 관리 강화로 기업대출 창구가 얼어붙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18일 KDB미래전략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1∼11월 기준) 기업의 자금조달 규모는 119조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124조7000억 원) 대비 5조 원(4.0%) 감소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33조9000억 원에서 46조4000억 원으로 36.8%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대기업대출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년대비 11.6% 증가한 278조8000억 원을 기록했다. 중소기업대출은 1047조7000억 원으로 전년 말과 비교해 4.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에 나서면서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대출을 축소한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출 등 간접금융 규모도 78조8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84조4000억 원)와 비교해 5조6000억 원(6.6%)가량 감소했다.
직접금융시장에서도 기업들의 자금조달 규모는 감소했다. 지난해 1~11월 중 기업의 직접금융규모는 전년동기(41조3000억 원)대비 4000억 원 감소한 40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이 기간 회사채 발행 규모는 32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1조5000억 원 늘었으나, 주식발행 규모가 8조3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1조9000억 원가량 준 데 따른 것이다.
올해 기업의 자금 수요는 경기 불확실성 대응을 위한 운영자금 확보, 설비투자 확대 등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업금융시장 여건이 좋지 않다. 건설투자 부진과 수출 증가율 하락으로 국내 경제성장률 둔화 탓이다.
특히 간접금융시장의 경우 금리 인하로 인한 조달여건 완화에도 불구하고 기업 신용위험 확대와 은행권 리스크관리 강화 등으로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기은 KDB미래전략연구소 선임연구원은 "경기 불확실성, 부채 부담 등으로 인해 중소기업 재무구조가 단기간 내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은행권 리스크관리 기조 지속될 것"이라며 "건설업, 석유화학, 숙박 및 음식업을 중심으로 연체율이 확대되는 점도 중소기업대출 증가를 제약하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직접금융시장의 경우 금리하락에 따른 발행시장 여건 개선과 대형 기업공개(IPO) 대기 등으로 회사채, 주식발행은 완만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