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선언 후 자산운용사 변호사 활동
폴리티코 “가장 미국적인 독일 정치인”

차기 독일 총리에 기독민주당(CDU)의 프리드리히 메르츠(Friedrich Merz) 당 대표가 유력하다. 자산운용사 블랙록 독일법인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23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르몽드 보도 등에 따르면 독일 연방의회 총선거에서 중도보수 CDU와 기독사회당(CSU) 연합이 제1당을 차지했다. 동시에 CDU 대표인 메르츠 대표가 총리직에 한 발 더 다가섰다.
그는 작년 9월 CDUㆍCSU 연합의 총리 후보로 낙점됐다. CDUㆍCSU는 자매정당이다. 여기에 중도진보 사회민주당(SPD)이 주도한 ‘신호등’ 연립정부에 대한 심판 여론도 그의 총리 후보 등극에 힘을 보탰다.
메르츠 총리 후보는 난민 정책 면에서 강경한 견해를 고수해 왔다. 지난달 아프가니스탄 난민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하자 “총리로 취임하면 첫날 모든 국경을 통제하겠다”라며 “유효한 서류가 없는 이민자의 입국은 사실상 금지될 것”이라고 강경한 태도를 내비쳤다. 사실상 극우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한(AfD)’과 같은 기조다.
관련 뉴스
1955년생인 그는 독일 연방군에서 포병으로 복무했다. 마르부르크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변호사가 됐다.
1989년 유럽의회 의원으로 뽑히며 정치를 시작했다. 1994년 연방의회에 입성한 뒤 2000년 CDU·CSU 원내대표를 맡았다.
자산운용사 출신이라는 점도 이색적이다. 2009년 앙겔라 메르켈 전 총리와 당내 패권싸움에서 패했던 그는 정계를 떠났다. 이후 변호사 자격으로 자산운용사 블랙록 독일법인에서 이사회 의장을 맡기도 했다.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는 메르츠 총리 후보와 관련해 “역대 독일 총리 가운데 가장 미국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 매체는 “독일 정부 수반이 미국에 대해 이보다 더 친밀한 적이 없었다”라며 “그는 스스로 100회 이상 미국을 방문했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을 롤모델로 꼽는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메르츠 총리가 속한 기독당의 총선 승리에 긍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SNS) 트루스소셜에 “독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에너지와 이민 등에서 비상식적인 의제에 지쳤다”면서 “향후 더 많은 승리를 거두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