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공동 점포도 5곳 불과

국내 은행들이 점포 폐쇄를 가속화하면서도 대체 수단 마련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금융당국이 예외적으로 인정한 대체수단인 ‘고기능 무인자동화기기(STM)’는 올해 들어 외려 줄었다. 은행권이 공동·특화·소규모 점포는 늘리고 있으나 일반 영업점 폐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금융당국 눈치보기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이달 10일 기준 STM 수는 754개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783개에서 한 달여 만에 29개(3.7%) 감소했다. 앞서 2022년 569개에서 2023년 695개로 대폭 늘어난(22.1%) 후 지난해 9월 말 735개로 꾸준히 증가했던 것과 대조적이다.
STM은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점포 폐쇄 시 우선적으로 마련하라고 주문한 대체 수단 중 하나다. 영상통화와 신분증스캔 등 본인인증을 거쳐 예·적금 신규 가입, 카드발급,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을 수행할 수 있다. 일부 STM에서는 카드발급이 되지 않는 등 기기마다 이용 가능 업무가 조금씩 다르고, 아직 대중화되지 않아 대부분의 은행에서는 이용방법을 안내하는 직원을 두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3년 4월 발표한 ‘은행 점포폐쇄 내실화 방안’을 통해 점포를 폐쇄할 경우 소규모 점포나 공동점포를 대체수단으로 먼저 마련하고, 이외에 STM, 이동점포 등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STM의 경우 소비자의 불편이 적은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적용가능하다고 조건을 뒀다. 예외 수단마저도 수가 줄기 시작한 것이다.
은행권은 STM 수가 줄어든 이유로 비용 문제와 수요 부족 문제를 꼽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24시간 서비스를 제공하지도 못하는 STM의 수요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상황”이라며 “운영 관리에도 ATM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데다 면적 대비 임차료는 그대로인데 수수료는 없어 은행이 적극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점포 폐쇄 대안으로 공동 점포, 특화 점포 등을 확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2022년 4월부터 현재까지 신설된 공동점포는 전국에 5곳이다. 출장소 등 소규모 점포가 늘고 있지만, 지점 폐쇄 속도보다 신설 속도가 더뎌서 ‘대체’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달 10일 기준 출장소는 923곳으로 지난해 9월 말 기준 835곳보다 88곳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지점의 수는 144곳 줄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에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금융위와 함께 은행들의 점포 폐쇄추이와 대체 수단 현황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특히 인구소멸 지역, 경제적으로 취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살피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보다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9개 주요 은행이 공동 출자한 비영리 조직이 우체국과 협력해 ‘뱅킹허브’를 운영하고 있는 영국 사례를 참고해볼 만하다는 것이다. 2021년 첫 등장 이후 현재 오픈 준비 중인 지점 40곳을 포함하면 영국 전역에 203개 뱅킹허브가 설립될 예정이다.
심윤보 하나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의 경우 공동점포의 활용이 아직 활성화하지 않았고 그마저도 은행 간 협업 수준으로, 공간을 물리적으로 나눠서 활용하는 형태에 그치고 있다”며 “향후 은행 영업점 폐쇄 가속화로 소비자 피해 확대가 예상되면 영국 형태의 공동점포 도입 검토가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