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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바이오 기업들이 대장암 치료 분야의 미충족 수요를 해소할 신약 후보물질 개발에 나서고 있다. 기업들은 기존 약물로 치료 효과를 얻지 못하는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혁신 신약(First-in-Class)의 초기 임상시험을 서두르고 있다.
25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최근 쎌바이오텍, 에스티큐브, 파로스아이바이오 등이 대장암 치료제 임상시험을 추진한다. 전임상 또는 연구자 주도 임상에서 효과성을 확인한 후보물질을 확보해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환자 대상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쎌바이오텍은 유산균 유전자를 재조합해 항암제로 개발하는 혁신 신약 PP-P8의 1상 환자 투약을 이달 시작했다. PP-P8은 쎌바이오텍의 유산균 브랜드 듀오락의 특허 균주인 CBT-LR5에서 유래한 항암 단백질 P8을 대량 복제 생산하도록 개발된 ‘CBT-SL4’ 기반의 형질전환 유산균이다.
PP-P8은 대장암 세포 안으로 침투해 대장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유전자를 감소시키고 세포핵 안으로 침투해 항암 작용을 하며, 해당 기전을 규명한 연구 결과가 2023년 국제 학술지인 국제 분자 과학 저널(International Journal of Molecular Sciences)에 게재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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쎌바이오텍은 지난해 3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PP-P8 임상시험계획(IND)을 승인받았다. 이후 환자 선정기준을 구체화하고, 병용금기약물을 조정하는 등 프로토콜을 변경을 거쳤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총 32명의 전이성 대장암(직결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내약성,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할 계획이다.
에스티큐브는 넬마스토바트 1b·2상 IND를 식약처에 신청했다. 넬마스토바트는 신규 면역항암 타깃 단백질인 BTN1A1을 차단하는 기전의 면역관문억제제 신약이다. 앞서 이수현 고대안암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연구자 주도 1b/2상을 실시해, 3차 치료 이상의 전이성 대장암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넬마스토바트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한 바 있다.
이번 기업주도 임상의 대상은 기존의 표준 항암화학요법 중 하나인 옥살리플라틴 및 이리노테칸 기반 항암화학요법에 불응성 또는 불내성을 보이는 전이성 재발성 대장암 환자다. 표준치료제인 트리플루리딘·티피라실(TAS-102)과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에 넬마스토바트를 추가해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할 예정이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2~3월 중으로 PHI-501에 대한 식약처 IND를 신청할 계획이다. 적응증은 악성흑색종 및 난치성 대장암이다. PHI-501은 인공지능(AI) 신약 개발 플랫폼인 케미버스를 활용해 적응증을 예측·확장한 신약 후보물질로, 난치성 고형암을 유발하는 BRAF, KRAS, NRAS 등의 돌연변이를 겨냥하는 표적항암제다.
PHI-501은 전임상에서 BRAF 및 KRAS 변이를 보이는 대장암 이종이식(Xenograft) 모델에 단독 투여 시 종양 성장을 각각 96%, 83.3% 억제했다. 파로스아이바이오는 이런 연구 결과를 지난해 유럽종양학회(ESMO) 표적항암요법 학술대회에서 발표하고 환자 대상 임상 진입을 준비해 왔다.

대장암 환자는 지속해 늘고 있다. 또 다른 장기로 전이된 환자의 경우 예후가 좋지 않아 신약 개발 필요성이 큰 분야로 꼽혀, 관련 치료제 시장 규모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자료를 보면 2022년 기준 국내 암 발생 28만2047건 중 대장암은 3만3158건으로 전체의 11.8%를 차지해 , 암 발생 1위 갑상선암에 이은 2위였다. 국내 대장암 환자의 5년 상대생존율은 2018~2022년 기준 74.6%로 집계됐지만, 원격전이가 발생한 경우 20.6%까지 떨어졌다.
글로벌 시장분석기관 글로벌데이터(GlobalData)에 따르면 미국·유럽(5개국)·일본·중국 등 8개국의 대장암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1년 기준 158억 달러(약 22조5402억 원)로 추산됐으며, 연평균 3.3%씩 성장해 2031년에는 약 218억 달러(약 31조955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