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여력 직결, 해약환급준비금 적립비율 기준도 하향

금융당국이 보험사들의 자본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한다. 보험사의 후순위채 발행 등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대신 자본의 질적 강화를 유도하는 '당근과 채찍'을 섞은 제도 보완을 추진한다.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12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보험업권 자본규제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지급여력(K-ICSㆍ킥스) 비율의 권고 수준을 10~20%포인트(p) 낮추는 것이다.
킥스 비율은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100% 미달 시 적기시정조치를 받는다. 금융당국은 150%를 권고하고 있다. 기본자본(자본금, 이익잉여금) 외에도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이 보완자본이 포함되다 보니, 그간 보험사들은 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감독기준을 충족해왔다. 지난해 보험업권의 자본증권 발행액은 8조700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72% 증가하는 등 이자 부담이 가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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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은 후순위채 중도상환 킥스 비율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140% 수준으로 조정한다. 은행권의 보완자본 중도상환 기준(총자본비율 10.5%)을 킥스에 적용하면 약 131.25% 수준이 적정하다는 분석이 나오는 만큼 최종 기준은 상반기 내 실무 태스크포스(TF)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이는 2001년 이후 24년 만의 하향 조정이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단기적 자본 확충 부담을 덜어주는 대신 더 엄격한 기준인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의무 준수하도록 한다. 가용자본 중 손실 흡수성이 높은 자본금이나 이익잉여금 등에 대한 적정성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보험업권의 지난해 9월 말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132.6%로 2023년 3월 말 145.1% 대비 12.5%p 하락했다. 같은 기간 킥스 비율은 0.7%p 떨어지는 데 그쳤다. 금리 하락 등 외부적인 요인에도, 자본증권을 발행해 보완자본을 늘려 방어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 결과 보험권 이자는 연 1조 원 수준으로 자본을 늘리기 위해 부담이 커지고 다시 건전성이 약화하는 악순환 우려를 낳았다.
금융당국은 후순위채·신종자본증권 발행에 기대지 않고 실질적인 자본 건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정기시정조치의 요건으로 삼았다. 증자나 이익 체력 확보를 통해서만 이를 높일 수 있다. 관련 공시 체계를 마련하고 보험권 스트레스테스트에도 모니터링 대상으로 추가해 적극적인 관리를 유도할 방침이다.

보험사들의 납세·주주 배당 여력에 영향을 주는 해약환급준비금 적립비율 기준도 하향된다. 준비금의 80%만 적립하면 되는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현재 킥스 비율이 190% 이상이어야 하지만 170% 이상으로 완화하기로 했다.
보험사들이 예상치 못한 대형 손실에 대비해 적립하는 비상위험준비금 제도도 현실화된다. 현재 보험업권의 비상위험준비금 적립액은 12조2000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킥스에서 대재해위험액 등을 이미 측정하고 있어 이중규제 소지가 있는 데다 환입 기준 충족이 어려워 활용이 거의 불가능했다.
이에 금융당국은 적립 한도를 재조정해 약 1조6000억 원을 줄이고, 환입 요건도 완화해 보험사의 자본 활용성을 높일 방침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일부 사의 경우 이번 조치로 배당이 가능해지는 등 주주환원에서 좋은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기본 자본에 대한 질적 관리를 잘하기 위해서는 근원적인 자본 확대를 강화해야 하는 만큼 증자나 이익 확대 등 체질 개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