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브랜드 지향…현대차ㆍ수입차와 경쟁
창안자동차ㆍ샤오펑도 한국 시장 진출 준비 중
“중국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 바뀔 수 있어”

중국 자동차 업체들의 한국 시장 공략이 본격화되고 있다. 비야디(BYD)에 이어 지리자동차그룹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가 국내 법인 설립을 마치고 본격적인 진출 준비에 나섰다. 창안자동차와 샤오펑 등도 한국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어 중국 자동차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커는 지난달 28일 ‘지커 인텔리전트 테크놀로지 코리아 주식회사’(지커코리아)라는 상호로 국내 법인을 설립했다.
지커코리아 대표이사는 차오위 지커 동아시아 총괄이, 사내이사로는 김남호 전 폴스타코리아 프리세일즈 총괄이 이름을 올렸다. 지커는 법인 등록을 마치고 시장 분석, 딜러사 선정 등 국내 진출을 위한 사전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커는 중국 지리차그룹이 2021년 출범시킨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로, 고성능과 고급화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전 세계에서 △2022년 7만 1941대 △2023년 11만 8585대 △지난해 22만 2123대를 판매하는 등 매년 두 배에 가까운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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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커는 가성비를 앞세운 BYD와는 달리 프리미엄 전략을 취하고 있다. 지커가 한국 시장에 가장 먼저 선보일 모델로는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7X’가 꼽히는데, 7X 사륜구동(AWD) 기준 최고 출력 639마력을 발휘하고 1회 충전 시 최대 543㎞ 주행할 수 있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제로백)은 3.8초에 불과하다. 유럽 판매 가격은 6만3000유로(약 1억 원)에 달한다.

다른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의 한국 시장 진출도 이어질 전망이다. BYD와 지커에 이어 창안자동차와 샤오펑 등도 국내 진출을 타진 중에 있다. 창안자동차는 내년부터 국내에 전기차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한국 법인 설립을 총괄한 임원 채용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펑 역시 수입차 딜러사를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연이어 진출하는 것은 실제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은 한국 시장을 성패를 가늠할 ‘테스트베드’로 삼는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중국 업체들의 진출은 한국에 물건을 팔겠다는 목적보다는 한국 시장을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기 전 검증을 위한 전초기지로 삼겠다는 의도”라며 “한국은 메르세데스-벤츠, BMW, 람보르기니 등 고급 차종이 수만 대씩 판매되는 시장인 만큼 한국에서 통하면 글로벌 시장에서도 통한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커의 한국 진출은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국업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산 제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만큼 가격대가 높은 프리미엄 시장에서는 자리 잡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BYD의 경우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한국 시장에 들어왔기 때문에 저가형 전기차를 찾는 일부 수요를 만족하게 할 수 있겠지만 지커의 경우는 다르다”며 “현대차 제네시스는 물론 독일 수입차와도 맞먹는 가격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는 회의적”이라고 진단했다.
반면 중국산 전기차의 품질이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론 소비자의 인식을 바꿀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대차와 기아 등 국내 업체들의 점유율도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볼보의 고급 세단 S90 같은 경우도 중국에서 생산되는 모델이지만 한국에서 판매가 잘되고 있다”며 “중국산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생각 이상으로 쉽게 뛰어넘을 수도 있는데 현대차와 기아의 점유율도 뺏어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