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당뇨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도 잘못되었지만 ‘어쩌다가 애가 당뇨가 있냐?’라는 반응, 가족을 비난하는 반응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차별과 상처가 될 수 있다. 혈당체크를 수시로 하고 인슐린 주사를 놓는 생활을 해야 하는 당뇨 특성상 1형당뇨가 있다는 사실을 주변 사람에게 오픈하지 못하면 학교나 사회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다.
이 때문에 1형당뇨환우회에서는 1형당뇨를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 못하는 내장장애’로 지정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병이나 장애를 드러내거나 길게 설명하기 어려운 상황은 개인과 가족이 치러야 할 비용을 높인다. 대소변을 처리하는 기관에 장애가 생긴 요루, 장루장애가 있는 이들은 외출 자체를 꺼리는 경우가 많다. 외관상 장애가 없기 때문에 이런 성향이 더 심해진다. 외출 위축은 사회생활과 경제활동 전반의 위축으로 이어진다.
외출이 위축될 수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에 있는 이들이 또 있다. 지인 중 뇌성마비와 뇌전증이 함께 겹쳐 동물을 보면 경련을 일으키는 이가 있다. 이 지인은 동물과 최대한 안 마주치기 위해 장애인콜택시로만 이동한단다. 그런데 경련보다 더 난감한 건 반려인들의 시선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 괴로운 표정을 지으면 이들 주인이 ‘왜 우리 강아지를 무서워하냐’라며 불쾌하게 느껴서다. 휠체어에 ‘반려동물 접근 금지’란 표지를 어쩔 수 없이 붙여 외출할 수밖에 없는데 표지만 보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단다. 이 이야기를 SNS에 공유했더니 댓글로 ‘나도 그렇다’고 공감하는 이들이 많았다. 비장애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1형당뇨의 경우 내장장애로 지정된다면 ‘왜 회식에 참여하기 어려운지’ 애써 설명할 필요를 조금은 줄일 수 있다. 요루-장루장애를 가진 이들의 경우 일본 대도시에 있는 것 같은 장애인화장실 내 요루-장루 처리 세면대를 설치한다든지 하여 사회활동을 촉진할 수 있다. 동물을 보면 위축되는 이들의 경우 우리나라엔 아예 데이터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런 증상을 가지고 있는 인구수 파악과 증상에 대한 연구를 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직접적이고 장기적 해결책만이 능사는 아니다. 사회 전반적으로 ‘다른 몸에 대한 포용성’이 좀더 높아져야 한다. 일상적으로 무심하게 던지는 말이나 질문이 누군가의 아픈 부분을 건드릴 수 있다. 왜 병역을 면제받았는지, 왜 편식하는 것처럼 보이는지, 왜 회식에 안 가는지, 왜 같이 나들이 가는 걸 꺼리는지 굳이 물어보고 싶은 충동을 누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뭔가 사정이 있겠지.” 병이든 장애든 그것을 지닌 당사자가 스스로 밝힐 수 있을 때까지, 그 환경이 안전하게 느껴질 때까지 애써 캐묻지 말자. 반려동물을 불편하게 여길 수도 있으니 길에서 동물을 무서워하는 이가 있더라도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말자.
다름이 보이지 않을수록 설명할 필요가 없는 사회를 만드는 건 우리 모두의 역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