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2심 무죄에 李지지자 환호성
보수 지지자 “엉터리 판사” 항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자 지지자들의 희비가 갈렸다. 이 대표 지지자는 만세삼창을 불렀지만, 반대 진영 지지자는 눈물을 보이거나 고함을 지르며 항의했다.
26일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2심 선고 공판이 열린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은 야당 소속 의원들과 진보·보수 진영 지지자들로 북적거렸다.
선고를 앞두고 이 대표가 “법원에 오지 말고 산불 대응에 총력을 다해달라”며 ‘방문 자제령’을 내렸음에도 60여 명의 의원들이 이날 법원 앞에 집결했다.
오후 1시5분께 권향엽·이정헌·안호영 민주당 의원 등이 가장 먼저 모습을 드러냈고, 이후로 박찬대·전현희·이해식·전현희 의원 등 지도부들도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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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스라인 바깥으론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모였다. 이 대표가 곧 법원에 도착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보수 지지층은 “이재명 유죄”라고 목소리를 키웠고, 그러자 이 대표 지지자들은 “차기 대통령을 건들지 마라”고 맞받아쳤다. 신발 혹은 계란이 날아드는 등 돌발 상황을 우려한 경찰은 지지자들 위로 그물망 매트를 설치했다.
이 대표는 오후 1시50분께 법원 앞에 나타났다. 검정 양복 차림으로 이 대표가 검정 승합차량에서 내리자 지지자들은 그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 대표는 당 소속 의원들과 한 명 한 명 악수를 나누며 조금씩 법원 쪽으로 이동했다. ‘선고 전 한 말씀 부탁드린다’는 취재진 질문에 그는 “(선고가) 끝나고 하시죠”라고 짧게 대답했다.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보다 선거법 2심 선고가 먼저 나는 데 대한 질문엔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았다.
약 1시간40분 뒤,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1심 선고를 뒤집고 이 대표에 무죄를 선고했다. 항소심 무죄가 확정나면서 이 대표는 차기 대선 피선거권 박탈형이라는 사법리스크에서 일단 벗어날 수 있게 됐다.
무죄 선고를 접한 직후 이 대표 지지자들은 약 40초간 환호성을 터트렸다. 일렬로 도열해 선고 결과를 기다리던 의원들은 법정을 빠져나온 이 대표를 향해 함박웃음을 짓고 박수를 쳐보였다.
이 대표는 “진실과 정의에 기반해 제대로 된 판결을 해주신 재판부에 먼저 감사드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편으로 이 당연한 일들을 이끌어내는 데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국가 역량이 소진된 점이 참 황당하다”며 “검찰이,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를 조작하고 사건을 조작하느라 썼던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국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썼더라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냐”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제 검찰도 자신들의 행위를 되돌아보고 더 이상 국력을 낭비하지 말길 바란다”며 “사필귀정 아니겠나”고 덧붙였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법원을 빠져나가며 “우리가 이겼다”며 만세삼창을 했다. 그들은 민주당 의원들을 향해 엄지를 들어보였고, 응원봉을 들고와 흔드는 이도 있었다.
반대 진영에선 고함과 욕설이 터져나왔다. 빨간 모자를 쓴 한 여성은 눈물을 흘리며 확성기를 들었다. 그는 “더불어 공산당이 산불을 내고 있다. 당장 꺼야 한다”고 외쳤다. 모자에는 ‘위헌적 탄핵 반대’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반대 진영 지지자로 보이는 또 다른 여성도 확성기를 이용해 욕설과 고함을 내질렀다. 그는 “엉터리 판사”, “저주가 내릴 것이다”라며 소란을 피우다 제지를 받기도 했다. 선고 직후 분위기가 잠시 가열되긴 했지만 다행히 이날 지지자 간 충돌이나 폭력 사태는 따로 발생하지 않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