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대표 편집숍 브랜드 빔스(BEAMS)가 서울에 팝업스토어를 열며 한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이에 기존 국내 편집숍들과 글로벌 브랜드들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빔스가 다음 달 4일부터 5월 8일까지 서울 송파구 롯데 에비뉴엘 잠실점에서 팝업스토어를 연다. 빔스는 1976년 도쿄 하라주쿠에서 시작된 편집숍 브랜드로 홍콩, 중국, 대만, 태국 등 아시아 시장까지 진출해 약 170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빔스가 이번 팝업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을 확인 후, 향후 오프라인 매장을 열어 한국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것이라는 게 패션업계의 중론이다.
일본 여행 시 꼭 들려야 하는 코스로 꼽히는 빔스는 젊은 층을 겨냥한 스트리트 캐주얼부터 클래식, 아메리칸 빈티지, 하이엔드 라인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들을 선별해 선보이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나이키, 뉴발란스 등 다양한 타 브랜드와 협업한 희소성 있는 컬렉션 제품들이 손님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고 있다. 빔스, 빔스 플러스, 레이 빔스 등 탄탄한 자체 브랜드(PB) 제품군 도 이 편집숍의 강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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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체 편집숍과 해외에서 들여온 편집숍을 운영하는 국내 패션업체들과의 경쟁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선 삼성물산 패션부문(삼성패션)이 자체 편집숍 ‘비이커’를 운영하고 있다. 총 55개의 오프라인 매장에서 메종키츠네, 가니, 아모멘토 등 시즌마다 국내외 약 250개의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삼성패션 역시 PB ‘비이커오리지널’를 적극적으로 육성하며 차별화 요소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5개년(2020년~2024년) 동안 비이커오리지널 구매 고객 수는 연평균 23% 증가했다. 현재 비이커의 PB 매출 비중은 20~25% 수준이다.
비이커는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았거나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수입 브랜드를 선제적으로 입점시켜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인큐베이팅’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삼성패션은 비이커를 통해 매 시즌 소비자들의 반응을 분석하고, 판매 현황과 경쟁력 등을 살펴 해당 브랜드 라인을 확장하거나 단독 수입 여부를 결정한다. 반응이 좋은 경우 수입 브랜드를 중심으로 플래그십 매장 등을 열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한섬은 자체 편집숍 ‘이큐엘 그로브(EQL GROVE)’와 지난해 계약을 맺고 들여온 미국 편집숍 ‘키스’ 매장을 전개하고 있다. 이큐엘 그로브는 젠지세대(Gen-Z, 1997년부터 2012년 출생)를 겨냥한 특화 편집숍으로, PB 브랜드 ‘에센셜바이이큐엘’ 등 패션·잡화 브랜드로 채웠다.
지난해 서울 성수동에 문을 연 키스도 연일 오픈 전 대기 줄이 만들어질 정도로 젊은 고객에게 인기다. 키스 역시 PB 제품은 물론 희소성이 높은 한정판 스니커즈와 글로벌 브랜드 협업 제품 등을 구할 수 있는 ‘힙한 장소’로 통한다. 여기에 키스 트리츠, 사델스라는 식음료(F&B)까지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으로 꾸몄다.
LF도 서울 강남구 압구정에 편집숍 ‘라움 웨스트’를 운영하며 85여 개의 프리미엄 컨템포러리 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선보이고 있다. 라움에서 반응이 좋은 브랜드는 LF가 국내 유통 계약, 단독 매장을 내고 있다. 이렇게 성장한 브랜드는 대표적으로 빠투, 포르테포르테가 있다. 작년 4월엔 리뉴얼 확장을 통해 라움의 공간을 기존보다 3배 넓혔다.
이 같은 편집숍의 주 고객은 20~30대 젊은 층이다. 개개인의 취향이 세분되면서 평범한 옷보다는 희소성 있는 제품들을 찾는 이들이 편집숍을 찾고 있다. 이 때문에 패션업체들은 MZ들의 쇼핑 성지인 성수동, 압구정, 한남동 등에 매장을 내고 있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의 취향이 파편화되는 트렌드가 강해지면서, 자연스럽게 편집숍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면서 “일본의 유력 편집숍 브랜드가 국내 진출 가능성을 검토한다는 것은 국내 패션 시장의 중요성, K패션의 위상 변화를 보여주는 사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빔스와 같은 글로벌 편집숍이 국내에 진출한다면 소비자들이 편집숍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더욱 강해지고, 그에 따라 시장이 확대되는 긍정적 효과를 유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