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제약기업 인증, 정량지표 도입‧글로벌 제약사 구분

정부가 바이오기업의 국가 연구개발(R&D) 사업 참여 조건을 완화하고,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을 개선한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가 바이오 투자심리를 개선하고, 기업이 R&D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며 환영의 입장을 표했다.
31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신산업 및 기술 촉진을 위한 경제규제 개선 과제 일환으로 이 같은 정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제약‧바이오산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인공지능(AI), 양자와 함께 ‘3대 게임체인저’ 분야로 선정했다. 이에 과감한 투자와 함께 관련 제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바이오 분야 국가 R&D 사업 참여 조건 완화다. 지난해까지는 부처별 사업 공고 시 전년도 결산기준 자본전액잠식의 경우 신청 자격이 제한됐다. 이에 자본전액잠식 상태인 기업이 그해 자본금 이상의 투자를 받아 재무구조가 개선돼도 국가 R&D 사업 지원을 위해선 최소 1년을 기다려야 했다.
반면 앞으로는 신규 투자 유치로 신청 시점에 자본전액잠식 상태를 벗어나면 부처별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과제 공모 시 신청할 수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해당 제도를 적용 중이고, 산업통상자원부도 신규 투자를 통해 신청 시점에 자본전액잠식에서 벗어나면 사업 신청을 허용했다. 앞으로는 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전 부처로 확대해 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과제 공모 시 적용한단 계획이다.
관련 뉴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기준도 개선한다. 이 제도는 보건복지부가 2012년부터 국내 제약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연구개발 촉진을 위해 도입했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 비중이 높은 기업을 인증한다. 의약품 매출액 1000억 원 미만은 R&D 투자 비중이 7% 이상, 1000억 원 이상은 5% 이상, 미국·유럽 우수의약품제조및품질관리기준(GMP) 획득 기업은 3% 이상이 기준이다.
혁신형 제약기업에 대한 신규 인증은 2년, 인증 연장은 3년마다 이뤄진다. 인증울 받으면 3년간 지위를 유지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혁신형 제약기업은 국내 기업이 45곳, 외국계 제약사 4곳 등 총 49곳이다.
인증 혜택은 △신약개발 정부 R&D 과제 참여 시 가점 부여 △약가 결정 우대 △의약품 우선심사 △연구개발인력 비용 법인세액 공제 △연구시설 건축 시 입지규제 완화 △정책자금 융자 특례 등 이다.
하지만 업계는 현행 인증 기준이 정성평가로 이뤄져 객관성이 부족하고, 글로벌 제약사는 별도 인증 기준이 부족해 제도 제도 개선을 꾸준히 요청해 와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심사평가 시 R&D 투자규모, 글로벌 협력 R&D 확대 등 혁신 노력을 더 많이 반영하고, 정량지표 도입과 탈락 사유 공개 등을 통해 평가 투명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평가 객관성 제고를 위한 정량지표(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 수출 규모 등) 도입, 글로벌 제약사 인증유형 구분 등 제도를 개선한다.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 개선을 주장해 왔던 글로벌 제약사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돼 국제 R&D 협력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업계는 이러한 변화가 투자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본전액잠식 기준 완화나 정량평가 도입 같은 변화는 바이오벤처 입장에서 반가운 조치다. 기업의 잠재력과 기술력을 중심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돼,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 제도적 한계에 막혔던 기업들이 도전할 기회가 생겼다”고 평가했다.
이어 “바이오벤처와 제약사의 성장 단계나 사업 구조가 다른 만큼 구분된 평가 기준이 필요하고 상장 기업의 매출, 상장요건 등에 얽매이지 않고 신약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 및 실질적인 지원책이 강화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전무는 “지금도 기업이 투자받기 어렵다. 정부의 R&D 사업 경쟁률도 높아지고 의존하게 될수 밖에 없다. 그런 부분에서 신청 자격 기준이 완화되면 지금보다 많은 기업이 혜택을 볼 수 있다”며 “보건복지부와 중소벤처기업부도 바이오 국가 과제가 많아 확대되는 것도 긍정적”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