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에 31일 ‘검은 월요일’(블랙먼데이)이 닥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압박과 약 2년 만에 재개되는 공매도를 둘러싸고 우려가 나오면서다. 코스피, 코스닥 지수는 공매도 재개 직전 거래일인 28일부터 출렁임이 감지됐다. 이날 양대 지수는 각각 2600, 700선이 무너진 채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가 700선을 내준 것은 3개월 만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8일 코스피 지수는 전장보다 1.89% 내린 2557.98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 직후 한때 2% 가까이 내려 2549.26까지 저점을 낮추면서 2550선이 붕괴하기도 했다. 외국인 홀로 6400억 원을 순매도하며 폭락을 주도했다. 외국인과 기관은 오전 내내 ‘쌍끌이 투매’를 보였지만, 오후 들어 기관이 3억 원을 순매수 전환하면서 그나마 매물 폭탄을 줄일 수 있었다.
코스닥 지수도 전장보다 1.94% 하락한 693.76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2일(686.63) 이후 약 3개월 만에 종가 기준 700선을 내줬다. 외국인과 기관이 합세해 각각 1140억 원, 60억 원을 순매도해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지난 27일부터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도 ‘팔자’ 행렬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보다 3.80원 오른 달러당 1466.50원에 주간 거래를 마쳤다.
이날 급락은 미국 증시 폭락 영향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전방위적 관세 압박이 조여오면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0.53%) 등 미국 뉴욕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 마감했다. 미국 3대 지수와 함께 코스피(-3.22%), 코스닥(-3.56%) 지수의 주간 수익률도 마이너스(-)로 나타났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코스닥 지수는 글로벌 수익률 1위를 기록했지만, 상승 폭을 대부분 반납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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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2일 상호관세 발표를 예고하고, 3일부터 미국에 수입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하자 위험 회피 심리가 고조됐다는 분석이다. 국내 헌법재판소의 판결 일정 지연 등 정치 불확실성이 지속하는 점도 외국인이 국내 투자심리를 꺼리는 경향을 짙게 만든다. 31일 공매도 재개를 앞두고 경계감이 유입된 측면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관심은 내일부터 시작되는 공매도에 집중된다. 그동안 시가총액 대비 대차거래 잔액 비중이 크거나 밸류에이션 부담이 컸던 이차전지, 바이오 업종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31일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28일(현지시각) 미국 3대 지수가 일제히 2% 안팎 수준으로 폭락 마감한 점도 블랙먼데이 우려를 키운다. 여기에 올해 들어 상승하던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이 급격한 감소를 보이는 것도 증시 부진 가능성을 키우는 요인이 됐다.
지난달 말 15조 원대까지 뛰었던 코스피 일일 거래대금은 지난 24일 6조9240억 원으로 내려왔다. 지난해 12월 30일(5조3150억 원)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지난주부터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NXT)가 거래종목을 삼성전자를 포함해 341개로 대폭 확대하는 과정에서 한국거래소의 거래대금을 일부 빨아들인 점을 고려해도 최근 시장은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공매도 우려는 이미 반영됐고, 새로운 악재가 아니라는 점에서 재개 이후 국내 증시의 과도한 하락을 이끌기보다는 이익 모멘텀이 강한 종목이 강세를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공매도 시행으로 한국 자본시장 선진화 과제가 진전되면서 단기 트레이딩 자금이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이 경우 외국인 투자자의 시장 참여도가 확대해 수급환경이 개선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삼성증권은 “한국 증시가 공매도 금지 전에도 자기자본이익률(ROE)이나 주가순자산비율(PBR) 밸류에이션 등 상관관계가 낮았던 걸 감안하면 공매도 재개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공매도에 따른 변동성 확대가 발생해도 단기적 투자기회로 활용 가능하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수급 개선 가능성을 염두에 둔 전략적 접근이 바람직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