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총파업의 근본 목적은 생산에 차질을 끼쳐 목표를 이루는 것이다. 파업이 어떤 것인지 확실히 행동으로 보여줄 때가 됐다.”
지난해 7월 삼성전자 내 최대 노동조합인 전국삼성전자노조는 ‘생산 차질’을 목표로 내걸며 파업을 선언했다. 이 발언은 삼성 안팎에 큰 충격을 줬다. 기업의 손실은 결국 모든 구성원의 불이익으로 이어진다. 삼성은 오랜 기간 무노조 경영을 유지해왔다. 노조 설립 이전과 이후의 삼성은 많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파업이 실제 생산에 미친 영향은 정확히 측정하기 어렵다. 그러나 내부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글로벌 투자자 및 고객에게 부정적인 신호를 준 것은 분명하다.
실제로 지난해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점유율은 하락했다. 세계 1위인 대만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졌고, 메모리 사업에서도 SK하이닉스에 밀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노조 활동만이 원인은 아니겠지만, 위기 속에서 단결해야 할 기업이 내부 갈등으로 흔들린 점은 부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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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삼성전자 노사는 최근 3년 치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을 체결하며 갈등을 봉합했다. 하지만 철강 업계는 여전히 혼란스럽다. 현대제철 노조는 임단협 문제로 파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26일에는 충남 당진제철소에서 24시간 총파업을 벌였다. 노조는 협상 성과가 없을 경우 다음 달 8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현대제철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어려운 처지에 직면한 상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파업에 따른 생산 차질이 겹치면서 최악의 위기에 처했다. 결국 비상 경영을 선언하고, 인천공장 내 철근공장 전체를 4월 한 달간 전면 셧다운 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창사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기업의 생존이 위태로운 상황이지만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정치 파업까지 불사했다. 민주노총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 지정을 촉구하며 27일 총파업을 단행했다. 심판 일정이 정해지지 않으면 매주 목요일 총파업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4월 3일에는 광화문에서 임시대의원대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정치권도 문제다. 거대 야권은 노조 파업을 더욱 부추길 수 있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강하게 추진 중이다. 이 법이 통과되면 기업들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 대응이 제한된다. 불법 파업으로 인한 기물 손괴, 영업방해에 따른 재물피해도 고스란히 기업 몫이다. 협상의 주체로서 기업은 합리적인 노사관계를 유지해야 하지만, 법과 제도가 일방적으로 기울어진다면 그 피해는 결국 기업과 노동자 모두에게 돌아가게 된다.
현재 경기 침체, 탄핵 정국, 통상 임금, 트럼프발 관세 전쟁 등 우리 기업의 경영환경 불확실성은 악화일로다. 존립의 기로에서 강경한 노조 활동이 지속된다면 한국 기업들은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낙오하게 된다. 이 문제는 국가 경제에도 직결된다. 글로벌 기업들은 노동 시장의 안정성을 중요한 투자 요인으로 본다. 한국이 ‘노조 리스크’로 인해 투자 기피 국가로 낙인찍힌다면, 이는 장기적으로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기업과 노조는 적대적 관계가 아니다. 기업이 성장해야 근로자들의 삶도 안정된다. 기업이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무리한 요구와 반복되는 파업은 자멸하는 길이다. 기업이 살아야 노조도 산다. 이 단순한 진리를 잊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