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제약사, 선지급 리베이트 적용 혼선 논란

입력 2009-08-18 09:33 수정 2009-08-1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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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약가인하 대상에 ‘선지급’도 포함...업계, 리베이트 회수로 매출 하락 고민

정부가 시행중인 리베이트 제공시 보험약가를 인하하는 제도에 대해 제약업계가 8월 이전 선(先)지급한 리베이트의 회수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휩싸였다.

보건복지가족부는 이달부터 의·약사 등에 리베이트 제공 등 유통질서 문란 의약품에 대해서는 보험약가를 최대 44%까지 인하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제도의 시행에 들어갔다. 다만 8월 이전 분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하지 않는다는 것이 복지부의 방침이었다.

그러나 지난 14일 전재희 복지부 장관이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리베이트 선지급이 확인되면 약값 20%를 깎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 업계는 잘못된 해석을 내렸다고 판단, 사전 지급한 리베이트에 대해 회수까지 검토하고 있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당초 업계는 8월 이전에 미리 지급한 8월 이후 처방료(처방예상금액에 따른 리베이트)가 포함된 선(先)지급 행위는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못된 해석을 내렸다.

복지부 보험약제과 관계자는“8월 이전 처방대가에 대한 리베이트는 소급 적용을 하지 않는 다는 점은 맞는 말이지만 8월 이후 예상처방금액을 전제해 8월 이전이라도 몇 달치 또는 그 이상을 선지급한 것은 명확한 약가 인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일부 상위 제약사를 포함해 상당수 중소제약사들은 이미 사전 지급한 몇 달치에서 1년치 리베이트 선(先)지원분을 다시 회수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상위제약사 영업 관계자는 “보통 리베이트는 한달 처방뒤 그 다음달에 나가는 게 일반적이지만 이달부터 리베이트 제공시 약가인하가 단행된다는 불안함에 거의 모든 제약사들이 6~7월에 걸쳐 대대적으로 8월 이후 리베이트금액까지 예상해 미리 지급했다”면서 “전 장관의 발언으로 이미 지급한 리베이트를 회수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비상영업회의가 열렸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다른 중소 제약사 영업관계자는 “일부회사에서는 리베이트 회수에 들어간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거래 의사로부터 줬던걸 다시 뺐는 회사는 처음 본다며 회수 제약사를 욕하며 처방약을 바꿨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갑(甲)-을(乙)관계에서 절대적인 을 입장에 있는 제약사가 '리베이트 회수'라는 고육지책을 짜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약가 인하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는 게 이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이러한 리베이트 회수가 약가인하대상에서는 벗어날 수 있지만 즉각적인 매출 하락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업계가 고민하는 실제 이유다.

한 제약업계 마케팅 전문가는 “지금껏 리베이트가 한두 달씩만 밀리거나 프로모션 비율이 조금만 줄어도 처방약은 조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타회사로 교체되는 것이 흔한 일이었던 점에 비추어 볼 때 리베이트 회수라는 초강수를 두는 것은 약가인하 위험에서 벗어날 수는 있지만 거래처를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병원협회와 의사협회가 지금처럼 가만히 있는 것은 계속 제약사의 리베이트로 병원 운영을 해 나가겠다는 말로 비춰질 수 있는 만큼 정부의 공정거래의지에 확실한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 및 국가청렴위원회의 조사에 따르면 의약품 리베이트 규모는 제약사 매출액의 약 20%에 이르며, 약제비 규모(진료비의 29.4%) 증가에 따라 리베이트 규모도 매년 증가 추세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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