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 하이닉스 인수제안서 제출 연장 '속사정'

입력 2009-11-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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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조성 의혹 및 특혜 논란에 여론 눈치보기…매각 중단시 내년 하반기 가능할 듯

효성그룹의 하이닉스반도체 예비 인수제안서 제출기간 연장 요청에 대해 하이닉스 채권단이 수용했다. 이에 따라 효성그룹은 오는 16일까지 예비 인수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며 이후 실사를 거쳐 본인수 제안서를 내게 된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채권단이 너무 효성에 휘둘리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효성이 총수 일가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과 특혜 논란에 부담을 느끼면서 여론의 눈치를 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하이닉스 주주협의회 주관기관인 외환은행은 2일 하이닉스 매각과 관련해 효성이 예비 인수제안서 제출 기한을 2주일 연장해 달라고 이날 요청함에 따라 M&A 자문사단, 주주단 운영위원회와 협의를 거쳐 이를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효성측은 "자문사 선정과 실사 준비, 예비 인수제안서 내용의 확정을 위해 세부적으로 검토할 시간이 부족했다"며 연장을 요청했다. 만약 이때까지 예비 인수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채권단은 M&A 매각 절차 중단 등을 검토할 예정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이번 연장 결정은 최근 효성의 여러 상황을 감안한 것"이라며 "43개 국내 계열기업군중 유일하게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효성과 하이닉스, 주주단을 위해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심사 숙고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M&A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채권단의 배려(?)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평가다. 익명을 요구한 M&A 관계자는 "M&A과정에서 갖가지 변수들로 인해 인수제안서를 받는 것이 연기되는 것은 비일비재하지만 이번 매각건은 효성의 편의대로 조정해 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이래서는 시장의 신뢰를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하이닉스 인수전에 단독 참여한 효성의 예비 인수제안서 마감 기한 연장 요청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효성은 애초 접수 마감일인 지난달 15일께 한 차례 연장을 요청해 접수 마감일이 지난달 30일로 미뤄졌다. 이후 특혜 시비 가능성이 제기되고 총수 일가의 국외 부동산 투기 및 비자금 조성 의혹이 겹치면서 두 번째 마감 시한도 지키지 못했다.

이에 대해 시장에서는 효성의 하이닉스 인수의 진정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하이닉스 인수전 단독 참여한 효성이 밝힌 '자문사 선정과 실사 준비 등 세부적 검토시간 부족'이란 연장 사유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효성이 총수 일가의 해외 비자금 조성 의혹과 특혜 논란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여론의 눈치를 보면서 자금 확보를 위한 시간 벌기에 나섰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이 인수 의지는 있으나 비자금 조성 사건 등으로 하이닉스 인수에 당장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효성 입장에서는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한 검찰 수사의 방향을 보면서 (하이닉스 인수전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이닉스 매각을 놓고) 분할 매각 등 이런저런 얘기가 나오면서 효성 봐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만큼 여론 향배를 무시할 수 없어 매각 일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당초 채권단은 갖고 있는 하이닉스 지분 28.07%(1억6548만주)를 전량 매각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효성의 자금 부담을 고려해 부분매각(15~20%) 쪽으로 선회해 특혜시비를 불렀다.

특히 이귀남 법무장관이 국회 법제사업위의 효성 사건 관련 비공개 간담회에서 "다양한 방법을 통해 해당 부동산들에 대한 취득 경위와 융자 관계 등 구입 자금 내역, 관계자들의 출입국 및 해외거주 기간 등 전반적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며 법리 검토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혀 효성으로서는 예비 인수제안서 마감 기한을 연장하면서 또 한번의 시간을 벌 수 밖에 없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현재까지는 하이닉스 매각 일정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여전히 효성의 인수 가능성이 높다. 서도원 한화증권 연구원은 "채권단은 올해 말이나 내년초를 매각의 적기로 보고 지분 매각에 적극적이고 효성 역시 하이닉스 인수를 통해 사세를 확장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서로 윈-윈하기 위해 이번 매각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효성이 이번 인수전에서 발을 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에 하이닉스 인수에 나서지 않더라도 언제든지 다시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는 만큼 특혜시비 등 정치적 부담을 앉고 무리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채권단과 금융계는 하이닉스 재매각이 내년 하반기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이닉스가 올 3분기들어 8분기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면서 좋은 분위기를 타고 있으나 마땅한 인수 후보가 없는 상태기 때문이다. 또 최근 들어 시장에 대우인터내셔널 등의 기업 매물들이 쏟아져나오고 있는 점도 시기상 좋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국내 대기업들 중에 하이닉스 인수에 나서는 곳이 추가로 없는데다,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조선해양 등 다른 기업 매물들이 많아 하이닉스 매각을 다시 추진하려면 내년 하반기쯤에나 가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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