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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지난 12일 그동안 외부인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해 왔던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을 15일 언론에 전격 공개키로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일했던 직원 9명이 사망하면서 제기된 반도체 제조공정과 근무환경에 대한 의혹과 불신을 투명하게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이하 반올림)는 "이번에 삼성이 발표한 방식의 생산라인 공개는 반올림이 요구해왔던 '투명한 정보공개' 와는 전혀 다른 것이며 이를 통해서는 도저히 의혹과 불신을 공개적이고 투명하게 해소 할 수 없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백혈병 등 암 피해 노동자들이 집중돼 있는 기존 1~3라인은 이미 없어지고 다른 공정이 들어섰으며 이번에 공개하겠다고 나선 5라인과 S라인도 이미 대대적인 변경을 하고 최신 자동화 설비가 도입돼 있다는 것. 이 때문에 피해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상 유해 요인에 대한 논란에 대해 아무 것도 설명해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반올림측은 "백혈병 피해자들이 생긴 라인은 작업자가 직접 화학물질 등을 수동으로 다루었던(수동설비가 있었던) 1~3라인이지만, 당시의 생산 설비들은 이미 폐쇄됐다"고 밝혔다.
또 이번에 공개키로 한 5라인과 S라인에 대해 "5라인은 직접 화학물질을 두고 수동으로 세척하는 등의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던 곳이고 원래 있던 설비들을 대부분 교체했다"며 "S라인은 2004~2005년경에 증설된 라인으로 가장 자동화가 많이 된 라인“이라고 강조했다.
반올림은 이어 "이번 생산라인 공개의 목적은 의혹과 불신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임기 응변"이라고 밝혔다. 특히 "박지연씨의 사망을 계기로 증폭된 삼성반도체 직업성 암 피해 사실에 대한 언론의 관심과 삼성 내부의 동요를 신속하게 잠재우기 위함이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공유정옥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집행위원장은 "일회적인 현장 순회를 하고 안전성을 평가한다는 것은 이 누가 봐도 불가능하고 작업환경의 위해성 논란을 최소화하는 데 기여 하지 못할 것"이라며 "삼성은 이번 조사를 통해 백혈병 의혹을 밝히겠다는 것이니 피해유가족이자 5라인 근무경험자를 입회시키고 피해당사자인 노동자가 추천하는 신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직접 공개현장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