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 삼성전자 백혈병 희생자 유족의 절규

입력 2010-04-15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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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데려가 주세요."

"다음에 불러 드리겠습니다."

"내가 5라인에 근무했던 사람입니다. 기자들 취재에도 더 도움이 될 겁니다. 데려가 주세요."

"다음에 따로 자리를 마련하겠습니다."

"내일 어떻게 될 지 모릅니다. 다음은 없습니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제조라인을 공개키로 한 15일 오전 삼성전자 서초 사옥 앞 대형버스 입구. 한 젊은 여인과 삼성전자 고위 임원이 실랑이가 벌어졌다.

실랑이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릴 예정인 반도체 제조공정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기자들이 탑승한 버스에 한 여성이 올라타면서 시작됐다.

이 여성은 정애정씨로 삼성이 공개하겠다고 밝힌 5라인에서 1995년부터 2007년초까지 11년 동안이나 근무한 현장노동자이자 1라인 백혈병 사망노동자인 고 황민웅의 아내이다.

"내가 일했던 당시와 지금 어떻게 바뀌었는지 봐야겠습니다." 그녀의 목소리는 절절했다. 억울함과 안타까움과 분노가 섞여 있었다.

삼성전자측은 언론대상으로 한 설명회이기 때문에 개인을 입회시킬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반복 설명했다. 다음에 반드시 자리를 마련하겠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내일 죽을 지도 모릅니다. 다음은 없습니다. 기자들만 따라다니면서 아무 짓도 안 할테니 꼭 같이 데려가 주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높아졌다. 차안에 있던 기자들의 침묵도 깊어졌다. 삼성전자 임원의 표정에도 난감함이 뭍어났다.

정애정씨와 함께 온 반도체노동자의건강과인권지킴이(반올림)에서 활동하는 이정란 노무사도 나섰다. 정애정씨를 꼭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고 외쳤다.

하지만 결국 이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기자들은 버스에서 내려 다른 교통편으로 이동했다. 정애정씨는 빈 버스에 남았다.

기자회견 장소에서는 정애정씨와 반올림에서 제기한 다양한 의혹에 대해 많은 기자들이 대신 질문을 던졌다. 물론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의혹이 사실과 다르다는 답변을 내놨다.

양측의 논쟁은 팽팽히 맞서있다. 이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쪽이 맞는 것 같고, 저쪽 이야기를 들어보면 저쪽이 맞는 것 같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제조라인 근무환경에 관해 재조사에 나선다고 밝혔다. 정애정씨를 포함한 희생자 가족과 단체에게도 의혹에 대해 투명한 공개를 하겠다고 조수인 사장이 직접 약속했다.

재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삼성전자의 약속대로 투명한 공개와 조사가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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