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히 현대경제연구원과 산은경제연구소 등 민관 경제연구기관에서 우리나라 집값 붕괴에 대한 경고 보고서가 터져 나오면서 버블 논란은 더욱 확산되는 양상이다.
산은경제연구소는 지난달 1987년을 기준으로 한국과 미국, 일본의 주택가격과 소비자물가지수를 비교 분석해가며 버블 가능성을 경고했다. 이 연구소는 버블 붕괴에 대한 근거로 가구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선진국 대비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는 것을 제시했다.
산은연구소측 주장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득대비 주택가격 수준을 말해주는 PIR(Price to Incom Ratio)은 지난 2008년 6.26으로 미국과 일본의 평균 PIR인 3.64보다 높아 버블 조건을 갖췄다.
특히 1987년 이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물가 상승률에 비해 전국평균 39.3%며 서울은 80.8%를 기록하고 있어 만약 부동산 버블이 붕괴될 경우 일본과 같은 대 공황을 예고할 수 있다는 것이 산은연구소의 경고다.
현대경제연구원도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비슷한 연구보고서를 내놨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은 하락할 것이며 이로 인해 지방 아파트 가격 역시 동반 하락하면서 주택가격 하락 파장이 전국으로 퍼져 나갈 것이라는 예측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달 내놓은 보고서에서 도시화의 속도가 정체되고 있고 저출산에 따른 30~40대의 실수요 인구 감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아파트 구입능력 하락, 금융권 추가 차입 여력 소진 등의 이유로 가격 하락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이 보고서는 가격 하락 압력은 시간이 갈수록 강해질 것으로 분석하며 주택가격 버블 붕괴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반면 대다수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버블 붕괴에 대한 이들 연구소의 진단에 대해 다소 무리한 분석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박합수 국민은행 부동산PB팀장은 "현재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은 버블 붕괴의 전조현상이 아닌 단순한 조정 국면에 접어든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김현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주택가격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이 부동산 버블 붕괴 사태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이영진 닥터아파트 리서치센터연구소장 역시 "부동산 침체로 인한 거래위축, 실물경기 회복 지연 등으로 인한 주택시장 가격 조정흐름을 거품 붕괴로 보는 시각은 다소 과장됐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국토해양부 역시 "가능성이 없는 우려일 뿐"이라고 버블붕괴 가능성을 일축했다.
국토해양부는 "산은연구소와 현대경제연구소측의 보고서는 비교 대상에 대한 일관성이 결여돼 있고 아파트 등 일부 주택에 국한된 통계치를 기준으로 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인 한국은행에서도 우리나라 부동산 가격은 안정돼 있는 상태로 일본식 버블 붕괴는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한 관계자는 "최근 각종 보고서에서 경고하고 있는 버블 가능성은 극히 일부분을 확대해석하고 있어 큰 의미를 둘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