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진단] ③ 고질병에 시달리는 일본사회

입력 2010-05-11 16:22 수정 2010-05-11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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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해부한다-히키코모리ㆍ노령화 문제 심각

(편집자주: 1000조원 규모의 구제금융기금 마련으로 유럽발 악재가 진정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떠오르고 있지만 일본은 악화일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부채는 900조엔에 육박하고 있는데다 총리 사임 압박이 높아지는 등 정치 역시 안개속을 헤매고 있다. 3회에 걸쳐 일본 경제·정치·사회 문제점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 벼랑 끝으로 내몰리는 '빚공화국' 일본

② 日 정계도 어수선...하토야마호 위기

③ 고질병에 시달리는 일본사회

일본은 장기적인 경기침체로 사회가 활력을 잃으면서 이른바 ‘히키코모리’로 불리는 젊은이들의 은둔주의와 노령화가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히키코모리’는 은둔형 외톨이라는 뜻으로 사회와 담을 쌓고 지내면서 가족들과도 대화를 하지 않는 사람들을 뜻한다.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고질적인 취업난 때문에 사회적응 의지를 잃어버린 젊은이들이 혼자서 살면서 타인과의 교류를 꺼리게 된 것이다.

▲지난달 17일 히키코모리인 30대 남성이 자신의 가족을 칼로 살해하는 사건이 일어나 일본 사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일본의 실업률은 지난 3월에 5%를 기록했다. 5%라는 실업률은 9.9%인 미국과 10%대인 유럽에 비교하면 양호한 수치로 보이지만 청년층의 실업난은 심각하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2010년 3월 졸업예정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취업이 확정된 사람들은 80%에 불과해 전년에 비해 6.3%나 감소했다.

청년층의 비정규직 규모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것도 문제이다. 20년 가까운 경기침체 속에서 기업은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비정규직 비중을 높였다.

이에 따라 비정규직 근로자의 비율은 40%를 넘어섰고 아무리 일해도 소득이 늘지 않는 이른바 ‘워킹푸어’ 계층은 이미 10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이다.

이에 따라 사회 진출 의지가 꺾여버린 젊은이들이 증가하면서 히키코모리는 최근 160만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의 노령화도 전세계 어느 국가보다 빠르게 진행되면서 장기침체와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으로 활력을 잃고 있는 일본사회에 부담을 안겨주고 있다.

지난 1970년대 일본의 고속성장기에는 일본의 젊은이와 노인의 비율은 8:1이었으나 2004년에는 3:1로 노인비율이 급격히 증가했고 앞으로 40년 뒤에는 거의 1:1이 되어 젊은이 1명이 노인 1명을 먹여 살려야 하는 형편이다.

일본 총무성은 현재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65세 이상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인구노령화 속도는 급속도로 진행돼 앞으로 40년 뒤에는 노인과 젊은이의 비율이 거의 1:1이 될 전망이다.

포스코 경영연구소는 지난달 27일 일본의 저출산 고령화와 만성적인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소비심리가 침체되고 미래에 대한 불안이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이 40%를 넘어가면서 청년층 및 중장년층의 소득수준이 줄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에 늘어나는 노인들을 부양할 만한 사회적 여력은 점점 더 사라져가고 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지난 10일 1500만엔(약 1억8000만원) 이상의 연소득을 올리는 부자들은 30% 감소한 반면 중하류층에 속하는 연소득 200~400만엔 세대수는 50%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가장 큰 문제는 일본사회가 무기력증과 개인주의라는 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일본이 활력과 역동성을 잃고 무기력증에 빠지면서 매년 자살하는 사람의 숫자는 12년 연속 3만명을 넘어섰다.

인구 10만명당 자살자는 19명으로 선진국 중에서 가장 많다.

일본의 개인주의는 개인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는 의미의 개인주의 보다는 타인과 교류를 꺼리는 고립된 개인으로서의 개인주의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본에서는 최근 ‘무연사회(無緣社會)’ 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무연사회는 일본의 혈연, 지연 및 회사 등을 통한 전통적인 사회교류 시스템이 장기 경기침체와 개인주의 확산으로 무너지면서 사람들이 아무런 사회관계를 맺지 않고 고립을 선택하는 것을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이 무연사회화 돼가면서 홀로 외롭게 죽음을 맞이하는 이른바 ‘고독사’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에 의하면 일본에서 한해 3만2000명 이상이 홀로 집에서 사망하는 고독사를 맞이한 것으로 나타났다.

활력을 잃어버리고 무기력증에 빠진 일본사회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 지에 대한 우려가 점점 더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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