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리먼쇼크로 인해 전 세계 M&A시장에 매물로 나온 기업들의 가치가 절반 이하로 급락했다. 전사적인 영토 확장을 계획한 포스코에겐 더 없는 기회였다.
'초스피드' 포스코는 나라 안팎의 기업들을 전략적으로 인수하기 시작한다. 6조원에 이르는 현금자산은 큰 무기였다. 동시에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추진력과 자신감까지 불어 넣어줬다. 그러나 철옹성같은 포스코의 자존심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발목을 붙잡혔다. 바로 인도사업이다.
전 세계 자동차 메이커가 속속 진출하고 있는 인도는 철강기업 포스코에게 놓칠 수 없는 블루오션이다. 사상 최대인 120억달러를 투자해‘인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사업은 난항에 직면하게 된다. 최우선 사업이었던 일관제철소 건립과 여기에 철광석을 공급할 광물탐사가 뜻대로 시작되지 않았다.
먼저 광물탐사권에 대해 인도 환경단체와‘탐사권 승인 중지 가처분소송’이 벌어졌다. 일관제철소 건설은 환경파괴와 지역주민에 대한 토지보상이 문제였다.
지난 1월 포스코 IR이 열린 거래소 국제회의장. 정준양 회장은“인도 오리사주의 광물 탐사권과 관련해 현지에서 소송이 진행중이다”고 말하고“늦어도 2월 중순까지 법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2월 2일. 포스코가 국토해양부와 손잡고 리튬 상용화기술을 발표했던 서울 그랜드 인터콘티넨탈 호텔. 행사가 끝나고 기자들과 만난 정 회장은 해결시점을 미뤘다. 그는“2월 말에는 최종적인 결정이 날 것이다”고 말했다.“긍정적인 결과냐”라는 기자의 질문에는 대답을 아꼈다.
4월 13일 이번엔 1분기 실적 발표회장. 성장투자사업과 경영지원 등을 총괄하는 포스코 2인자 최종태 사장이었다. 그는 인도 오리사주 광물탐사권에 대해서는“좋은 결과를 기대하고 있다”는 정도로 말을 아꼈다.
포스코측은 지난달 중순 소송에 관한 최종 변론, 서면 제출 등을 모두 끝내고 오리사주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는 중이다. 승소하더라도 환경단체가 다른 논제를 앞세워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전언이다. 광물탐사권에 대한 결정도 그만큼 미뤄질 공산이 크다.
지난 17일 인도 오리사주 경찰은 제철소 공사장 부지를 가로 막고 시위를 하고 있는 지역 주민 1500여 명을 강제로 해산하고 이곳을 접근금지구역으로 지정했다. 조금씩 해결의 기미가 보이고 있으나 포스코 총수와 2인자가 내비친 해결시점은 하나같이 뒤로 미뤄지고 있다.
별 탈 없이 법적 해석이 유리하게 진행되고 일관제철소가 건립이 이어진다해도 포스코는 현지 지역주민들의 여론을 해결하지 못한 채 사업을 강행했다는 비난을 풀어내야할 숙제까지 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