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들어서도 상장폐지된 기업이 급증했다.
6월 초 현재 상당 부분 부실상장사가 정리됐지만 여전히 퇴출 위험이 높은 상장사들이 존재하고 있다. 머니게임을 일삼는 세력들이 퇴출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상반기 29건, 하반기 18건에 달했던 코스닥 시장의 횡령배임이 올해 들어 급격히 감소했다. 올해 1분기 9건의 횡령배임 혐의가 발생한데 이어 2분기 이후에는 이루넷과 인젠, CMS등 3건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코스닥시장이 완전히 정화된 것은 아니다.
올 들어 횡령배임 공시가 줄어든 것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을 수 있는 우려로 ‘쉬쉬’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새롭게 주인이 바뀐 코스닥 업체의 경영진이 횡령과 배임 혐의를 찾아내도 공시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시행되고 있는 자본시장법에 의해 횡령과 배임 혐의가 있을 경우 상장실질심사를 받기 때문이다.
올 들어 한 코스닥상장사를 인수한 A사 관계자는 “회사를 인수하고 보니 전 경영진이 횡령한 것을 찾아냈지만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을까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를 인수한 입장에서 전 경영진의 횡령배임도 상장폐지 실질심사에 들어가기 때문에 기존 경영진의 잘못된 행각을 숨겨줄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상장사 대표는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되면 상폐 여부와 상관없이 주가 폭락과 자금조달 차질 등 후폭풍이 한두가지가 아닌 상황에서 공시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하지만 한 M&A업계 관계자는 “횡령과 배임이 찾아내도 실질심사가 두려워 공시하지 않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감독규정 뿐 아니라 회계법인의 감사도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코스닥시장은 지난해 초 상장폐지 실질심사 제도가 도입된 뒤 결산기가 아니더라도 퇴출되는 상장사가 급증했다.
향후에는 현재의 양적 심사가 질적 심사로까지 발전하면서 상시 퇴출 시스템이 가동될 가능성이 크다.
한 증권사 스몰캡 애널리스트는 “올 초만 봐도 회계감사가 깐깐해지면서 무더기 퇴출이 이뤄졌다”며 “회사측에서 횡령배임을 공시하지 않아도 분기, 반기 회계감사에서 적발돼 퇴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나대투증권 박종면 부장은 “코스닥 투자에 있어 뚜렷한 사업도 없이 경영권이 자주 바뀌는 기업, 테마에 맞춰 신사업을 추진하는 업체, BW(신주인수권부사채)나 CB(전환사채)를 많이 발행하는 상장사등에 대한 투자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