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기업들의 금고가 포화상태에 달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공식 통계를 근거로 산출한 결과 지난 3월말 현재 미국과 일본 유럽 기업의 대기자금은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470조엔(약 6377조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일본 기업의 경우 3월말 현재 현금과 예금액은 144조2400억엔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 증가했다. 3월말 현재 현금과 예금액이 140조엔을 넘은 것은 버블기인 1990년 이래 처음이다.
같은 기간 미국과 유럽 기업의 대기자금도 사상 최대 수준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기관을 제외한 미국 기업의 현금 예금액은 1년 전의 1.2배에 해당하는 1조7335억달러(약 1975조원)에 달했고, 유로권 기업의 예금액은 1조5763억유로(약 1800조원)에 이르렀다.
선진국 기업의 대기자금이 이처럼 사상 최고 수준까지 불어난 것은 실적 회복에 따라 기업들의 현금수지는 개선됐지만 향후 경기 불안을 배경으로 설비투자나 기업 인수ㆍ합병(M&A)에 신중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과 일본, 유럽은 현재 수요 부족을 안고 있어 기업이 예상하는 향후 성장률도 부진하다.
실적 개선으로 설비투자나 M&A, 고용, 임금, 주주 배당을 늘리는 움직임도 나오고 있지만 향후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강해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는 소극적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와 금융 위기를 연달아 겪은 만큼 보유자금을 든든히 확보해 두려는 의도도 갖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에 따르면 일본 상장기업의 4~6월 경상이익은 전년 동기의 4배로 확대됐다. 그러나 전 분기 설비투자는 14% 감소했다. 현금흐름 가운데 설비투자 비율은 51%에 그쳐 1985년 통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미국 500대 기업의 4~6월 순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34% 증가했다. 다만 설비투자는 5% 증가하는데 그쳤고 설비투자 규모도 정점 당시의 80%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기업 M&A도 저조하다. 톰슨로이터 조사 결과 2009년도 글로벌 M&A 규모는 2조4500억달러로 전년보다 16% 줄었다.
기업의 대기자금이 많다는 것은 경제의 운신의 폭을 좁힌다는 점에서는 부정적이지만 기업의 재무체질 개선 측면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노무라증권의 기우치 다카히데 애널리스트는 “일본에서는 차입금 상환 움직임이 강해 기업활동 자체가 무뎌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든 기업이 M&A에 소극적인 것은 아니다. 사업에 유리하거나 금리 비용이 낮은 나라를 선택해 자금을 집중 투자하고 있는 움직임이 그 반증이다.
일본정책투자은행에 따르면 2010년도 대기업의 해외투자는 신흥국을 중심으로 전년 대비 35% 증가했다. 이는 자국내 투자의 7% 증가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신문은 기업들의 대기자금이 시장에 돌게 해 경제 활성화로 연결시키려면 규제완화나 법인세율 인하 등의 정책이 유용할 것이라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