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기관인 한국공항공사와 관세청이 김포공항 내 면세점 허가를 두고 힘겨루기 양상을 보이면서 입찰 참여 희망업체들이 갈피를 못잡고 있다. 지난 6일 마감된 첫번째 입찰은 기존에 김포공항 면세점을 운영하던 롯데호텔만 응찰하고 신라호텔과 워커힐호텔이 포기해 자동으로 유찰됐다. 한국공항공사는 8일 재공고를 통해 재입찰을 진행키로 했으나 입찰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미지수다. 관세청이 공항공사가 확장한 곳에 입점하는 면세점에는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방침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관세청은 김포공항 면세점 입찰과 관련, 최근 한국공항공사에 공문을 보내 현재 롯데가 독점 운영하고 있는 김포공항 면세점을 두 개의 복수 사업자로 선정할 것을 요구했고 이를 지키지 않을 시 특허를 내주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공항공사가 1개 사업자를 고집하면서 두 기관이 서로 대립하고 있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공항공사가 면세점 면적을 400㎡에서 826㎡로 확장해 두 배 이상의 임대료를 써내야 낙찰이 되는데 관세청이 허가를 내지 않으면 업체에선 손해를 보게 된다”며 “공공기관끼리의 다툼으로 업자들만 고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입찰이 꼬이기 시작한 것은 한국공항공사가 특허권을 갖고 있는 관세청과의 협의없이 면세점 수익에만 혈안이 돼있기 때문으로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면세점을 놓고 업체들간의 경쟁이 심해지자 확장을 하더라도 고액의 임대료를 챙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포 면세점을 확대하면서 당연히 허가권이 있는 관세청과 미리 협의를 하는 것이 순서지만 공항공사는 눈앞의 이익만 생각했다”며 “관세청의 특허승인 부분과 임대차 계약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다음 입찰도 눈치보기가 극심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재입찰의 성공 여부도 확실치 않다. 공항공사와 관세청이 입찰 기준을 놓고 계속 대립한다면 업체들은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응찰하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즉 공항공사의 말대로 826㎡를 기준으로 입찰가를 써냈다가 관세청이 특허를 내주지 않으면 앉은 자리에서 손해를 보게 된다. 그렇다고 현재 면적에 맞게 써내면 경쟁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 재입찰도 극심한 눈치보기가 계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와 관세청의 무한 대립이 법정으로 이어질지도 관심사다. 공항공사 관계자는 “유찰이 된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재입찰을 진행하고 또 한곳만 응찰하면 수의계약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할 것”이라며 “공사측의 입장은 변하게 없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일단 입찰을 진행하고 사업을 하지 못하게 되면 책임소재를 놓고 법정다툼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