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심리가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경기지표 호조를 들며“우리나라가 글로벌 금융 위기에서 가장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소비자들은 이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소비자들의 체감 경기는 갈수록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향후 물가 불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조사한‘10월 소비자동향지수’에서 소비자심리지수(CSI)는 108로 지난 7월 112 이후 3개월째 하락했다. 경기종합지표인 CSI가 100을 넘으면 경기를 좋게 보는 응답자가 많고 100 아래이면 그 반대의 뜻이다.
개별 항목으로 들어가면 특히 현재와 미래 살림살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판단이 비관적이다. 현재 경기판단 CSI는 9월 98에서 10월 92로 뚝 떨어졌다. 금융 위기 여파로 경기가 얼어붙은 지난해 6월(91) 이후 1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가계의 소비심리를 보여주는‘현재 생활형편 CSI’는 91로 지난달과 같았으나 생활형편전망 CSI는 2포인트 떨어진 99로 지난해 4월(95) 이후 처음으로 기준치(100)을 밑돌았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올해 하반기들어 세계경기 회복세가 둔화되면서 우리나라 기업 및 가계 등 경제주체들의 투자 및 소비심리가 하락세로 반전했다”고 지적했다.
이같은 소비심리 위축은 가을부터 두드러진 물가상승세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다. 물가수준 전망 CSI는 141로 9월보다 3포인트 떨어졌지만 여전히 기준치 100을 훨씬 웃돌았으며 향후 1년간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나타내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 오른 3.4%로 지난해 10월(3.4%) 이후 가장 높았다. 이는 소비자들 사이에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그만큼 커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소비심리가 회복세를 보이지 못한 채 물가 불안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금리수준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고용상황과 부동산 시장 회복 등도 병행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박사는“기존의 소비자 물가도 높고 기대 인플레이션까지 높은 상황이라 경제활동수준에 맞춰 점지적으로 금리수준의 정상화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장 연구위원은“고용상황 개선속도 미약, 주택시장 부진 등 미래경제여건 불확실성 및 이에 따른 저축유인 증대 등은 소비증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이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연구원은 내년 민간소비의 경우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 연간 3.4%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