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의 구제금융 합의로 유럽 위기는 끝날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아일랜드가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의 구제금융을 받아들이기로 했지만 재정위기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한다.
이로써 아일랜드는 지난 5월 1100억유로 규모의 구제금융을 신청한 그리스에 이어 EU 회원국 27개국 가운데 두번째로 구제금융을 받게 됐다.
EU 재무장관들은 공동성명을 통해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결정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외환시장도 구제금융 합의 소식에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면서 유로화는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도쿄외환시장에서 22일 오전 유로·달러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2% 오른 1.3738달러로 올랐다.
유로는 엔에 대해서도 강세다. 유로·엔 환율은 전거래일 대비 0.3% 상승한 114.60엔을 나타냈다.
리차드 그레이스 호주커먼웰스뱅크 은행 수석 분석가는 “유로화가 안도의 랠리를 보이고 있다”면서 “하루나 이틀 안에 유로·달러 환율이 1.386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서 유럽 재정위기 불안감이 다소 완화됐지만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아일랜드가 구제금융을 받더라도 포르투갈을 비롯한 남유럽의 재정위기는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스티븐 맨셀 씨티그룹 글로벌마켓 이사는 “아일랜드 재정위기가 상당 부분 완화됐지만 포르투갈에 대한 우려가 사그라들지않아 안도감이 오래 가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찰스 디벨 로이즈TSB 전략가도 “시장이 구제금융을 받을 아일랜드의 다음 주자를 찾을 것”이라면서 첫 타자로 포르투갈을 지목했다.
온라인 경제전문매체 마켓워치는 “포르투갈의 금융 부문 사정이 아일랜드보다 조금 양호한 편이지만 글로벌 채권시장에서는 아일랜드와 거의 같은 취급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포르투갈이 이처럼 차기 금융구제 대상이 된 것은 경제성장 둔화가 뚜렷한데다 재정적자가 매우 빠른 속도로 늘고 있기 때문.
포르투갈 정부는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올해 1.3%에서 내년 0.2%로 둔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재정적자도 올 들어 9월까지 전년 대비 2.3% 불어났다. 포르투갈의 올해 재정적자는 GDP 대비 7.3%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포르투갈은 내년 상반기에만 110억유로의 채권 만기가 도래한다.
유로존 평균 경상수지 적자가 GDP의 1% 수준인 반면 포르투갈은 12.3%에 이를 정도로 경제가 취약하다.
전문가들은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가 아일랜드, 포르투갈을 거쳐 결국 스페인까지 전염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유로존 4위 경제대국인 스페인이 재정위기에 처할 경우 유럽은 물론 글로벌 경제에 미칠 파장은 상상할 수조차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스페인은 유로존 총생산액의 9%를 담당하고 있어 2%에 불과한 그리스, 아일랜드와는 유로존에 미치는 파급효과도 다를 것이라는 평가다.
스페인 유력 일간 엘문도는 “아일랜드 사태가 시장에 확고한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는 스페인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스페인의 자본 조달 비용은 아일랜드 위기 이후 급증했다.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지난달 초 4% 미만에서 최근 4.7%대 후반까지 치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