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을 제외한 다른 그룹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대학교 출신들이 그룹의 요직을 차지했지만, 이들 역시도 국내 명문대로 분류되는 곳을 졸업한 것으로 나타나 한국사회에서 출세하기 위해서는 좋은 대학을 나와야 한다는 속설을 반증했다.
하지만 사장단을 포함한 임원들의 평균 연령이 낮아지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상대적으로 서열과 연령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의 특성에 비춰볼 때 조직을 이끄는 핵심인력들의 나이가 젊어지고 있다는 점은 그만큼 생동감 있는 조직을 꾸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세대교체의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 조직 구성원들의 조직에 대한 충성도를 떨어뜨리는 것은 물론 승진을 못할 경우를 우려한 좌절감을 키울 수도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또 재계가 올해를 그룹의 미래를 가늠할 원년으로 삼으면서 미래성장산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전략 및 기획부문의 인재들이 핵심 보직에 기용된 현상도 나타났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과거 외환위기 시절 재무전문가가 각광을 받았던 것처럼 최근에는 그룹의 미래성장동력 육성이 경영화두로 자리잡으면서 전략·기획통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신사업을 발굴하고 신사업 추진을 위해 반드시 따라와야 하는 연구개발(R&D)출신들의 강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미래 책임질 인재도 ‘SKY’ 출신 60%
지난해 연말 인사에서 사장단으로 승진한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등 소위 'SKY' 출신들이 전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차세대 기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을 비롯해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김 신 삼성물산 사장 등이 서울대를 나왔다. 현대자동차의 핵심 생산라인인 울산공장의 수장으로 발령받은 김억조 사장도 서울대를 졸업했다.
고순동 삼성SDS사장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함께 연세대를 졸업했으며, SK에너지의 박봉균 사장과 GS파워의 손영기 사장은 연세대 화학공학과, ㈜LS 대표이사로 승진한 이광우 사장도 연세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특히 삼성그룹의 사장단에 ‘SKY’ 출신들이 즐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위 SKY가 아닌 대학을 졸업한 인물로는 이상훈 미래전략실 전략1팀장(경북대), 삼성전자 메모리담당 전동수 사장(경북대), 김재권 삼성LED 사장(한국외대) 등으로 손에 꼽히는 정도이다.
이에 비해 SK그룹과 LG그룹의 경우 비교적 타대학 출신들이 고르게 분포된 편이다.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유정준 SK㈜ G&G 추진단장이 고려대를 나왔으며, SK㈜ TIC장인 박상훈 대표가 서울대, SK에너지의 박봉균 대표가 연세대를 졸업했을 뿐, 나머지 사장 승진자들은 ‘SKY’ 이외의 대학 출신들이다.
지주회사인 SK㈜의 새 대표이사를 맡은 김영태 사장과 SK종합화학을 이끌 차화엽 사장은 서강대를 졸업했고, 정철길 SK C&C 대표는 부산대, 최관호 SK루브리컨츠 대표는 한양대 출신이다.
LG그룹의 경우 지난해 인사 폭이 크지 않았지만 김종식 LG디스플레이 COO(최고운영책임자)와 노환용 LG전자 AE사업본부장이 각각 영남대와 부산대를 졸업했다.
출신고등학교별로는 서울 출신들 가운데 서울고등학교 출신이 눈에 띄었다. 구자용 E1 회장, 삼성LED 김재권 사장, 중국삼성 강호문 부회장, 삼성전자 시스템 LSI 담당 우남성 사장, 이광우 ㈜LS사장 등이 서울고를 졸업했으며, 유정준 SK㈜ 사장과 김신 삼성물산 사장이 경기고를 졸업했다.
재계 1위 삼성그룹을 이끄는 미래전략실 핵심멤버들은 모두 경북 지역의 고등학교를 졸업해 눈에 띄었다. 김순택 부회장,김상균 사장,이상훈 사장 등 3명은 경북고와 경북사대부고 출신이다.
지난해 주요 그룹 임원인사를 통해 30대와 여성임원의 약진이 눈에 띄었다. 삼성그룹은 지난해말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삼성전자에서 3명의 30대 임원을 탄생시켰다. 현대·기아차그룹은 현대캐피탈에서 30대 여성 임원을 배출했다.
이들 모두 업무에서 혁혁한 성과를 거둔 공로가 인정돼 기업의 별이라고 불리는 임원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특히 삼성전자의 이민혁 상무는 승진 연한에 비해 4년 빠르게 임원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임원 승진연령이 낮아지면 최고경영자의 연령도 낮아지는 연쇄효과가 나타나게 된다. 실제로 삼성그룹 신임 사장 내정자들의 평균 연령은 지난해 53.7세에서 51.3세로 낮아졌다. 특히 사장 승진자 9명 중 5명은 부사장 승진 1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하는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SK그룹 사장단 평균연령도 52.7세로 최태원 SK그룹 회장(51)과 비슷한 연배로 구성돼 호흡을 맞추기에 좀 더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비록 오너 일가의 승진이었지만 설윤석 대한전선 부회장은 지난해 29세의 나이로 부회장의 자리에 올라 재계 최연소 부회장이라는 기록을 세우는 등 재계의 연령파괴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과거에는 다양한 지역출신들이 기업의 요직을 차지하기도 했지만 점차 서울 출신들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특히 1960년대 이후 태어난 40대 사장단들은 모두 서울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설윤석 대한전선 부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등 대부분이 오너일가라는 점은 있지만 교육환경이 상대적으로 좋은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인물들이 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대해 재계 관계자는 “서울이 다른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교육환경이 좋기 때문에 양질의 교육을 받은 인물들이 기업에서도 가치를 발휘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