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물가 불안에 떨고 있다.
세계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식품가격이 위험한 수준으로 치솟아 전 세계 정국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다”며 “세계 각지의 식품가격 상승이 개발도상국 주민 4400만명을 최빈곤층으로 떠밀고 있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세계은행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식품가격은 29% 급등해 곡물대란이 일어났던 2008년 사상최고치에 근접했다.
특히 밀, 옥수수, 대두유 등 곡물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세계은행의 식품지수는 최근 4개월 동안 15% 이상 올랐다.
옥수수선물은 지난해 여름 이후 부셸(약 27.2kg)당 3.5달러에서 7달러선을 유지해 2배 이상 올랐다.
개발 도상국의 옥수수 수요가 늘고 바이오연료 시장이 급성장한 탓으로 풀이된다.
크리스 나젤 노스스타코머디티 애널리스트는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곡물 수요가 곡물 등 대부분의 상품공급량에 압력을 가했다”고 말했다.
세계 곡물재고량이 사상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것도 식품가격을 끌어 올렸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9일 전 세계 주요 곡물 재고량 전망치를 일제히 하향 조정했다.
특히 미국의 올해 콩 재고량은 전년에 비해 60% 급감한 6억7500만부셸로 예측됐다.
이는 지난 15년래 가장 적은 규모다.
옥수수 시장에서의 수급불안도 커질 전망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의 옥수수 생산 및 수출국이다.
작황을 좌우하는 기후도 이상조짐을 보이면서 곡물트레이더들은 곡물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나젤 애널리스트는 “전 세계의 작황이 호전되지 않는 한 선물을 매도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팜오일은 최근 4개월간 22% 올랐고 밀값도 20% 급등했다.
같은 기간 설탕가격은 20% 상승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경우 기초 곡물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식품가격 상승으로 인한 영향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는다.
반면 개발도상국은 소득의 상당부분을 식량구입에 지출해 글로벌 식품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맞았다.
일례로 키르기스스탄과 방글라데시의 경우 밀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각각 54%, 45%씩 뛰었고 파키스탄에서는 16% 올랐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글로벌 식품가격 상승으로 개발도상국 국민이 가장 큰 타격을 받았다”며 “이들은 식량을 사기 위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쓴다”고 말했다.
졸릭 총재는 이어 “물가 상승으로 이집트와 튀니지와 같은 국가들은 정치적으로 더욱 불안정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동 주요국은 밀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면서 소요사태가 심화할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세계은행의 이번 보고서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 예정인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를 앞두고 나온 터라 더욱 주목받고 있다.
졸릭 총재는 “G20이 식량 가격 안정 문제를 최우선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기적으로 학교급식 등의 빈곤층 지원 계획과 함께 식품가격 변동성을 완화하고 식량안보를 위한 조치들이 중장기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개도국을 위한 장기 기후예보 조치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그는 “각국의 식량 비축량에 대해 더 자세한 정보가 있다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