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 감사 임기가 올해 대부분 만료함에 따라 은행들이 차기 감사 모시기 경쟁을 치열하게 펼치고 있다. 은행들이 차기 감사 모시기에 혈안이 된 이유는 금융 당국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 누가 오느냐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에 국민, 신한, 외환, 산업, 우리은행 등 10여개의 시중은행 감사 임기가 끝난다. 이 중 국민, 신한, 대구, 씨티은행 등은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차기 감사를 내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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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 은행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은행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직접 금감원, 금융위원회 등에서 감사를 데려오기 위해 나서기도 한다”고 말했다.
감사 자리에 내정할 인력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도 은행들의 고민이다. 시중 은행 감사 자리의 대부분 차지하는 금감원은 올 3월 대규모 인사를 단행한다. 새 금융감독원장도 정해질 예정이다. 국·실장(1급) 등 고위직 상당 수도 이번 인사에서 물러날 전망이다.
하지만 공직자윤리법의 제약으로 실제 데려올 인물은 많지 않은 실정이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 후 2년 동안은 퇴직 전 3년 이내에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업 취업을 금지하고 있다.
또 카드사, 생명사 등 금융관련 업체의 감사 임기 만료까지 겹치다 보니 경쟁이 더욱 치열하다. 서문용채 금감원 전 기획조정국장은 KB국민카드 감사 자리로 옮기기 위해 지난달 사표를 제출했다.
최근 금융위, 금감원 등 금융당국이 은행, 카드사의 외형 확대 경쟁에 엄중 경고에 나선 것도 감사 자리가 중요해지는 이유다. 우리은행은 민영화, 대구은행은 지주사 전환, 외환은행은 피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 등 은행들이 가진 현안이 금융당국 입장에선 다분히 외형 확대로만 보일 수 있다. 신한은행도 경영진의 내분 사태와 라 전 회장의 스톡옵션 행사 논란으로 금융당국에게 미운털이 박힌 상황이다.
감사 임기 만료가 몰린 것은 금감원 등 관료에게도 큰 고민이다. 올해 몰렸다는 것은 내년에는 감사 자리가 거의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업계에서 감사는 은행장과 비슷한 고액 연봉을 받으면서 임기를 보장해 누구나 가고 싶은 자리로 꼽힌다.
실제 시중은행 중 2012년에 감사 임기가 끝나는 곳은 하나금융지주, 전북, 제주은행 뿐이다. 이 때문에 금감원에서는 미리 사표를 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전해진다.
최근 광주은행장에 지원한 강경수 광주은행 상근 감사위원은 다른 은행 감사 자리로 옮기기 위해 행장 지원을 하지 않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원 마감 시기에 행장 지원으로 입장을 바꾼 것으로 전해진다.